22일 스리랑카 자생적 테러 조직인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의 소행으로 알려진 부활절 연쇄 테러 희생자들의 친지들이 촛불을 켜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네곰보= AP 연합뉴스

미국과 인도의 사전 정보제공에도 불구, 스리랑카 정부가 대통령 등 요인 경호에 신경 쓰는 바람에 민간인 300여명 희생자를 낸 ‘피의 부활절’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인도 정보 당국이 사건 열흘 전부터 국제 이슬람 무장조직과 연계된 스리랑카 자생조직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의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는데도 스리랑카 당국이 이를 묵살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스리랑카는 이날 인도와 미국 정보당국이 지난 4일 테러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발표했다. 테러를 저지를 단체 이름을 적시하지는 못했지만 스리랑카 정보당국도 NTJ 공격 가능성을 예측했고, 지난 9일 경찰 고위급에 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안당국이 해당 정보를 요인 경호 강화 여부를 평가하는 데만 이용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들을 막는 데에는 쓰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권 내부에서 아미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과 라닐 위크레메싱헤 총리 사이의 불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정보기관을 통솔하고 있는 대통령은 테러 징후를 미리 알고 있었지만 총리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위크레메싱헤 총리는 테러 당일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위협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라우프 하킴 도시계획부 장관은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테러에 연관된 사람들을 알고 있었는데 왜 미리 체포하지 않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라지타 세나라트네 보건장관도 수도 콜롬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적 네트워크 없이는 일련의 공격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NTJ가 외부 세력과 연관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정보가 ‘VIP(대통령) 경호’에 관련된 경찰 관계자 사이에서만 공유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아마크통신을 통해 “이틀 전 스리랑카에서 기독교인과 대(對)IS 연합군 참가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 행위자들은 IS 전사들”이라며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전문가들도 알카에다 또는 IS가 NTJ 배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조력 없이는 NTJ가 일련의 테러를 ‘성공’할 수 없었다는 분석에서다. 뉴욕타임즈(NYT)는 “대규모 공격을 해 본 적 없는 자생적 테러 단체가 테러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네 스페크하드 국제극단주의폭력연구센터장은 “내전 기간에도 종교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NYT에 말했다. 또 “IS와 알카에다와 같은 전세계적 지하디스트들이 종교적 명절을 맞이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IS는 공격자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사진이나 영상 등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시리아 등 주요 거점을 빼앗긴 IS는 그간 구체적 증거 없이 대규모 테러의 배후를 종종 자처해와 IS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루완 위제와르데네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번 테러는 지난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모스크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하지만 위제와르데네 장관 역시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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