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3일 공개한 2016~2018년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추이, 보험모집 정비업소 종사자 적발인원 추이. 금융감독원 제공

# 보험설계사 A씨는 운전 중 고의로 급정거하는 수법으로 사고를 유발한 뒤 허리를 다쳤다며 입원해 보험금 742만원을 타냈다. 지인과 짜고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 보험 사기를 치기도 했다. 지인의 차가 자신의 차를 추돌한 것처럼 네 차례나 꾸민 뒤 여러 보험사에 보상을 청구해 총 3,227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것이다.

# 보험설계사 B씨는 세탁기에 옆구리를 부딪치는 부상을 입었다. 통원 치료로도 충분한 대단찮은 부상이었지만, 병원에 통증을 부풀려 호소하는 수법으로 24일간 입원했다. 입원 기간 중 여러 차례 외박하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 생활을 하면서 그는 3개 보험사에서 보험금 277만원을 챙겼다.

보험설계사의 보험 사기 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 보험금 청구 요건 및 절차, 제도상 허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활용해 허위 진단을 받거나 사고를 꾸미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보험설계사 주도의 치밀한 공모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보험 사기의 전문화ㆍ조직화 추세가 감지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와 보험대리점(GA) 소속 전현직 보험설계사 24명에게 설계사 등록취소 또는 최장 180일의 업무정지의 행정제재 처분을 내렸다. 대다수는 스스로 보험에 가입한 채로 거짓 의료 진단을 받거나 허위 사고를 만드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받아냈다. GA 소속 설계사 C씨는 고객의 진단서를 본인 이름으로 위조하고 담당의사의 가짜 도장을 찍어 37차례에 걸쳐 보험금 1,769만원을 타내기도 했다.

보험설계사가 지인 또는 다른 업체와 공모해 조직적으로 거짓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일례로 모 한방병원은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하거나 입원기간, 납부금액을 부풀려 작성하는 방식으로 32억원을 타냈는데, 보험설계사와 그 가족이나 지인이 환자로 사기 행각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의 보험 사기 증가는 통계 수치로도 확인된다. 이날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 모집종사자 가운데 보험사기 혐의자로 적발된 인원 수는 1,25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1,019명, 2017년 1,055명에 이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뿐 아니라 자동차 정비업소 종사자 중에서도 보험사기 연루 혐의로 적발되는 수가 늘고 있다”며 “보험사기 형태가 조직화ㆍ전문화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모집종사자가 영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개인적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면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보험업 종사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하게 되면 보험 상품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17년보다 680억원(9.3%) 증가한 7,982억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적발 인원은 7만9,179명으로 전년 대비 4,356명 감소하면서 1인당 적발 금액은 870만원에서 1,010만원으로 늘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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