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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살인 계기로... ‘사법 입원제’ 도입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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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살인 계기로... ‘사법 입원제’ 도입 탄력받나

입력
2019.04.24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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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ㆍ살인 사건을 계기로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피의자 안인득(42)씨의 형이 여러 차례 안씨를 입원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한 만큼, 증상이 심해진 급성기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 책임을 가족에만 지우지 말고 국가가 일정 부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으로도 자해ㆍ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은 경찰이 정신의료기관에 데려가 3일간 응급입원을 시키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신청해 행정입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은 안씨가 소란을 일으킨 단계에선 남을 해칠 거라고 판단하지 못했다. 지자체도 전액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민원ㆍ소송을 우려해 행정입원을 꺼린다. 지난해 4월 기준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6만6,523명 가운데 행정입원 환자는 2,560명(3.8%)에 그쳤다.

사법입원제는 의사가 아닌 제3의 기관(국내에선 법원)이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로, 경찰의 적극적인 환자 이송을 전제로 한다. 23일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경찰관이 중대하거나 상습적인 자ㆍ타해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지자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현행법의 ‘요청할 수 있다’보다 의무에 가까운 표현이다. 또 ‘경찰관이 정신질환으로 자해ㆍ타해 위험이 큰 상황에 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발견’ 했을 때에는 정신의료기관에 이송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후 최대 3일간의 응급입원 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계속 입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하면 최대 2주까지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강제입원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도 보호의무자(직계 혈족이나 배우자)에서 사촌 이내의 친족이나 동거인 등으로 확대된다. ‘보호입원’ 개념을 신설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도 전문의 판단을 거쳐 최대 2주까지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사법입원제의 핵심은 응급ㆍ보호ㆍ행정입원 후 입원을 지속할지 판단하는 역할을 가정법원에 맡긴 것이다. 현재는 의료진과 환자가족 등으로 구성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맡고 있다. 의료계는 국가가 강제입원을 최종 결정하는 책임을 지면 환자가 의사나 가족에게 적개심을 품지 않게 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면심사가 기본이라 현행 서면 위주 심사보다 오히려 환자의 발언권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신정)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대한의사협회 등은 사법입원제 도입을 주장하는 성명을 22, 23일 연달아 발표했다. 권준수 대신정 이사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료기관은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소송 부담으로 강제입원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 독일 등의 선진국은 사법입원을 통해 강제입원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정법원 심사에 참가해 환자를 도울 절차보조인을 위한 별도의 예산이 필요하고 경찰도 인력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등 사법입원제가 실제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당초 ‘임세원법’의 핵심으로 불렸지만 3월 국회에선 법무부의 검토의견이 늦어져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환자단체도 판사가 판단하는 절차 자체가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효과가 있다며 반대한다. 지역사회 치료 인프라는 부족한데 의료계가 편의적 발상으로 강제입원만 쉽게 만들려 한다고 의심하는 환자들도 있다. 복지부 역시 시행 2년 밖에 되지 않은 정신건강복지법을 고치기가 부담스럽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환자단체, 의료계와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보호입원 신청자를 환자가 평소에 지정하도록 법안 내용을 수정하고 강제입원 대상요건도 강화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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