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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봄 가뭄에 멍드는 하천생태계

입력
2019.04.2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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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침실습지. 왕태석 기자
전남 곡성군 침실습지. 왕태석 기자

유난히 많았던 올봄 산불은 지난 겨울 비가 안온 탓이 크다. 올 들어 강수량은 평년 대비 73.2%에 불과하다. 지금쯤 봄 가뭄으로 전국이 떠들썩해야 한다. 백년 주기의 한반도 대가뭄이 시작되었다는 경고가 나올 법도 하다. 관계 부처 합동으로 비상 가뭄대책이 발표되어야 할 때 쯤이 되었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왜 그럴까?

기상현상만 보면 가뭄이 분명하지만, 댐과 농업용 저수지엔 예년 이상의 넉넉한 물이 확보되어 있다. 다목적댐 저수율은 60%에 달해 예년에 비해 141%의 물을 확보하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도 83%로 예년보다 12%나 높다. 겨울 가뭄이 극심했는데도 포항, 곡성, 영동과 같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농번기 물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물 공급을 담당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물 관리 일원화로 댐과 농업용 저수지를 통합 관리한 효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4대강 사업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이유야 어떻든 이번 봄은 가뭄 소동 없이 넘어갈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하다.

그렇다면 올 봄 가뭄에도 물 걱정을 안하게 된 이유는 뭘까?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작년에 평균강수량은 줄었지만, 올해 물 공급을 위해 댐과 저수지를 채워야 할 시기에 적절하게 비가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비가 오더라도 이를 담아 둘 물그릇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댐과 저수지의 저수용량만 따지면 50년에 한번 오는 큰 가뭄에도 아무 문제 없이 공급할 정도로 넉넉하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우리나라 강우 패턴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먼저 장마가 사라지고, 여름철 호우가 줄었다. 큰 태풍도 몇 년째 우리나라를 피해가고 있다. 다음으로는 가을과 겨울의 강수량이 늘었다. 통상 가을과 겨울은 비가 덜 오던 시기였다.

홍수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줄었고, 갈수기에 비가 늘었으니 최근에 우리가 기후변화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생공용수와 관개용수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하천 상태를 보면 그렇지 않다. 4대 강의 생태환경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하천 습지생태계가 위태롭다. 습지가 육지로 변해버리는 육화현상이 4대강 전체에서 뚜렷하다. 하천 습지 생태계는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 물에 잠겼다가 갈수기에는 다시 드러나야 정상이다. 알을 낳을 때와 성장할 때에 맞추어서 동식물들에게 적절한 서식처를 제공해야 한다. 수천년 동안 자연적으로 반복되던 풍수기와 갈수기의 하천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하천의 생태환경과 동식물들이 적응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하천 흐름의 다양한 변화가 사라지고 있다.

하천유황이 사라진 것은 비단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댐과 저수지를 너무 많이 건설해서 하천을 호소화시킨 탓도 크다. 비가 적게 내렸는데, 물그릇을 대부분 채워버리면, 하천 하류에 문제가 생긴다. 하천 하류는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보다 하수처리장에서 내보내는 방류수가 대부분 흐르게 된다. 최근 들어 4대강 하류에서 기형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하천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댐과 저수지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댐이 하천의 자연 흐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기별로 댐의 방류량을 조정하여 인공홍수도 일으키고, 수위를 낮추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의 양보가 필요하다. 수면을 이용해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거나 수력발전을 하는 경우에 불편함을 겪거나 손실을 보기도 한다. 인간의 이용과 하천 생태계의 보존 사이에서 일정한 타협이 필요하다. 인간의 이용과 자연환경의 보전 사이에 어느 정도의 선을 그을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하천 생태환경을 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간에게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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