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유병재부터 박나래까지…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에 눈뜨다

알림

유병재부터 박나래까지…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에 눈뜨다

입력
2019.04.24 04:40
17면
0 0

 선 넘나드는 농담·풍자, 2030세대 웃음코드에 맞아 인기 폭발 

다음달 공연 예정인 박나래의 스탠드업 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음달 공연 예정인 박나래의 스탠드업 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시는 없을 19금 농염한 공연입니다.”

개그맨 박나래는 요즘 남부럽지 않을 인기를 누리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등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만 5개다. 방송 활동만으로도 정신 없을 박나래는 다음달 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용산구 공연장 블루스퀘어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공연을 한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개그맨 한 명이 나와 특별한 무대장치와 소품 없이 입담으로만 대중을 웃기는 코미디다. 국내에선 비주류 공연 장르지만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예매 시작 5분 만에 전석(1,496석) 매진됐다. 박나래는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예매 마감을 알리는 기사를 게재하고 “벌써부터 더 더럽게 준비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섹시한 공연이 아니다. 더럽(더러움)주의보 적색경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먼 나라의 놀이처럼 여겨졌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국내에서도 저변을 넓히고 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개그맨 지망생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JDB엔터테인먼트가 서울 마포구에 차린 공연장 JDB스퀘어에서 김대희 등 개그맨이 매주 토요일마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공연장 코미디 헤이븐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길 수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가 과거 미국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반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 바람은 방송인 유병재로부터 시작됐다. 2017년 8월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공연한 스탠드업 코미디 ‘블랙 코미디’가 유튜브 등에 공개되며 반향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공연 ‘유병재: B의 농담’으로 4,000석 모두 매진시키기도 했다. ‘유병재: B의 농담’을 담은 영상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해 8월 공개됐다. 유병재는 오래 전부터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말해왔다. 유병재는 지난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그 동안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한국말로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다”며 “개그맨 혼자 마이크를 들고 쇼를 끌어나간다는 게 스탠드업 코미디의 최대 매력이자 어려운 점이나, 방송 수위나 심의를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블랙 코미디’ 등 스탠드업 코미디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 공개되며 많은 인기를 얻은 유병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블랙 코미디’ 등 스탠드업 코미디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 공개되며 많은 인기를 얻은 유병재.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연예인 뿐 아니다. 스탠드업 코미디로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짐 제프리스와 짐 개피건은 각각 지난 1월과 4월 내한공연을 가졌다. 코미디 특성상 동시통역이 어려운 탓에 주로 외국인들이 극장을 찾았지만, 군데군데 한국인도 함께 즐겼다는 후문이다. 공연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이 없어서 내한공연을 추진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며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 비영어권 나라에도 진출해 코미디 시장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붐의 배경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있다. 국내 방송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가 이들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쏟아져 나오면서 코미디 소비 행태가 변하고 있다. 유튜브의 스탠드업 코미디 동영상은 금기와 성역이 없는 풍자가 기존 개그프로그램의 전형성에 식상해 하던 2030세대의 주목을 끌고 있다.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한국어 자막과 함께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들을 소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영상 중 하나”라며 “애드리브를 하는 것처럼 관객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진행되는 형식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탠드업 코미디 바람은 당분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넷플릭스 본사가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기획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넷플릭스가 박나래의 소속사인 JDB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기획해 동영상을 내보낼 예정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박나래 스탠드업 코미디는 유병재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넷플릭스 쪽에서 기획사와 함께 직접 준비한 것”이라며 “미국 본사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기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발굴하고 준비하는 팀에서 박나래를 낙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