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기 해고자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콜텍 노사 협상이 잠정 타결된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본부에서 노사 양측이 합의서에 서명을 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과 이승렬 금속노조 부위원장, 사측 이희용 상무. 연합뉴스

세계 최고 수준의 기타를 만들다 해고됐던 노동자들이 12년 만에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2007년 기타 전문 제조 업체인 콜트악기ㆍ콜텍이 잇따라 200여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시작된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이 22일 종결됐다. 콜텍 노사가 이날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안에 잠정합의하면서 국내 최장기 거리투쟁은 막을 내렸다. 2007년 1월31일 콜트악기가 이들에게 정리해고를 예고한 날로부터 4,464일만이다.

◇콜텍 노사 12년 만에 복직 합의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본부에서 열린 교섭에서 노사가 복직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회사의 정리해고 유감 표명 △마지막까지 복직을 요구해온 3인(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 지회장, 김경봉·임재춘 조합원)의 명예복직 △이들을 포함한 콜텍 노조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 지급 △상호 제기한 일체의 민·형사·행정상 소송 취하 등 7개 항에 합의했다. 노사는 23일 오전 10시 박영호 사장이 참석하는 조인식에서 합의안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콜텍 노사는 그 동안 사과와 명예복직의 구체적인 방식, 해고기간 보상금 규모 등에 대해 교섭했으나 이견이 커 진통을 겪어왔다. 이에 명예복직하는 이인근 지회장 등 3명은 현재 국내 공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다음달 2일에 입사해 같은 달 30일 퇴사하기로 했다. 다만 회사가 국내 공장을 재가동할 경우에는 이들의 의사에 따라 채용이 가능하다. 이들을 포함한 25명의 조합원에게 합의급(해고기간 보상금 성격)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복직을 요구하며 42일째 단식농성을 해온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57)씨는 이날 잠정합의안 문서를 받아 들면서“종이 한 장이지만 이걸 받으려고 13년을 기다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인근 지회장은 “해고될 때 42세였는데, 복직하기까지 13년째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아빠 때문에 고생했던 아들ㆍ딸을 만나면 그동안 못했던 아빠 역할을 잘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콜트악기∙콜텍 정리해고 사건일지. 그래픽=박구원 기자

◇대법원서 뒤집힌 정리해고 무효 판결

이들이 거리로 나선 건 12년 전이다. 2007년 4월 전자기타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인천의 콜트악기 공장과 어쿠스틱 기타를 전문으로 만드는 대전 콜텍 공장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졌다. 한때 세계 기타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만큼 사업이 탄탄했었지만, 경영진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국내 기타 생산 사업장을 폐업하고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모든 물량을 생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회사에 맞섰지만 회사는 정리해고와 공장 폐업은 ‘경영 적자와 노사 갈등’때문에 적법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9년 서울고법은 콜텍노조가 낸 해고무효소송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콜트와 콜텍 해고자에 대해 모두‘해고무효’로 판단했다. 콜트악기는 폐업 전년도인 2006년 8억5,000만원의 손실을 낸 것을 빼고 이전 10년간 매해 50억~1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냈는데 이러한 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이 콜트악기의 정리해고는 위법, 콜텍의 정리해고는 적법으로 인정하면서 사태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콜텍에 대해선 “경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면 인력 감축이 불합리하지 않다”며 해고 무효를 선고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뒤집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콜트악기에 대해선 “해고를 해야 할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해고무효를 확정했다.

◇법원 해고 판결에도 노사 자율적 문제해결

대법원 판결 이후 해고노동자들은 시위, 단식, 길거리 농성, 고공농성 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했지만 노사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5월 사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청와대 간의 재판거래 시도가 의심된다며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에 콜텍 사건이 포함돼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콜텍 노동자들에 대한 복직여론에는 힘이 실렸다. 지난해 말부터 교섭을 시작한 콜텍노사는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마지막까지 복직을 요구해온 임재춘 조합원이 지난달 11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하면서 논의는 급진전, 이날 합의안이 도출됐다.

이번 콜텍 노동자들의 복직 사례는 해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법을 찾았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상당한 의심은 들지만 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은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오히려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례로 앞으로 노사 관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쌓일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다만 콜텍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정리해고 요건은 급박한 경영상 필요와 해고회피 노력 등인데, 콜텍 판결은 장래 경영의 악화 가능성까지 해고의 사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장래에 있을 수 있는 경영 위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면 정리해고 요건이 완화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