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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빌레라’로 무대 컴백 진선규, “발레 배우는 노인 이야기, 꿈을 좇는 저와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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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빌레라’로 무대 컴백 진선규, “발레 배우는 노인 이야기, 꿈을 좇는 저와 닮았죠”

입력
2019.04.22 17:01
수정
2019.04.22 20:5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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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오랫동안 서 왔지만, 대극장에서 절반 이상의 넘버를 소화하는 주인공을 맡은 건 처음이라는 진선규. 그는 요즘 '턴 아웃' '풀업' 등 발레 동작을 익히는 데 열심이다. 서울예술단 제공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오랫동안 서 왔지만, 대극장에서 절반 이상의 넘버를 소화하는 주인공을 맡은 건 처음이라는 진선규. 그는 요즘 '턴 아웃' '풀업' 등 발레 동작을 익히는 데 열심이다. 서울예술단 제공

“공연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이 작품이 제작된다고 하면 빨리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 초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고 했어요.”

영화 ‘범죄도시’로 2017년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후 ‘극한직업’ ‘사바하’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 진선규(42). 연극과 뮤지컬 무대가 그의 ‘원래’ 일터다.그가 대본을 받아 들기도 전에 제목만 듣고 바로 출연을 결심한 뮤지컬이 있다. 서울예술단의 신작 ‘나빌레라’. 2016년 연재돼 별점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은 같은 제목의 웹툰이 원작이다. 진선규 역시 웹툰을 읽을 때부터 작품이 언젠가 무대나 스크린으로 옮겨지길 고대해 왔다고 한다. 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주인공 덕출이 자신과 닮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마주한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설레는 ‘뼛속까지 배우’였다.

‘나빌레라’는 오랫동안 발레를 꿈꿔 온 69세 노인 덕출이 방황하는 23세의 발레리노 채록과 발레를 매개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렸다.진선규는 웹툰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그 꿈을 가지고 열심히 시도하면 언젠가 할 수 있다’는 덕출의 말이 제가 후배들에게 했던 말인 거예요. 열정과 재능이 있다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했던, 저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감동이 정말 커서 웹툰을 울면서 봤어요.”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보냈지만,대학로에선진선규의 성공을 일찌감치 점쳤다.연기력은 기본에 묵직한 성실함이 그를 매력적인 배우로 만들었다. 이제 대중적 인기까지 겸비했지만 그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본거지는 여전히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나를 만드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연기에 대한 초심을 절대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인 2004년 친구들과 함께 극단을 만들었다. 극단 운영비를 제한 뒤 단원들이 출연료를 똑같이 나눠갖는 원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래도 달라진 점은 있다. “예전에는 지방 공연을 가면 200석 극장에 관객 30~50명이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자리가 메워지더라고요. 저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생겼구나, 체감하죠(웃음).”

진선규는 노인을 연기하기 위해 그 인물의 오랜 역사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에서 그는 오랫동안 꿈꿔온 발레에 도전하는 69세 노인을 연기한다. 서울예술단 제공
진선규는 노인을 연기하기 위해 그 인물의 오랜 역사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에서 그는 오랫동안 꿈꿔온 발레에 도전하는 69세 노인을 연기한다. 서울예술단 제공

여느연극배우처럼, 진선규 역시두시간을 오롯이 이끌어가는 무대의 매력을 사랑한다.하지만막이 오르기 전엔 긴장되는 마음은 여전히 주체하지 못한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왜 그렇게 떠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공연마다 떨어요. 준비를 다 해 놨는데도 안 한 것 같고 그래요.” 이 긴장은 막이 오르는 순간 해결된단다.그는‘천상 배우’다.

‘나빌레라’에서진선규는 노인을 연기하는 동시에 발레와 노래까지 해야 한다. 연기, 춤, 노래 중 가장 걱정하는 건 노래라는데, “실력자의 엄살”이라는 관계자들의 평이다. 노인 연기는 진선규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하다. 그는 자신의 연기 터닝포인트로 노인을 연기했던 연극 ‘나와 할아버지’를 꼽았다. “젊은 사람이 노인을 흉내내면 관객에게 5분도 안 돼 들켜요. 이 인물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 수밖에 없는 긴 역사를 이해하려고 했죠.그 뒤로는 어떤 배역이든 이렇게 연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대로 발레를 배우는 건 처음이라지만,진선규는 걱정에 짓눌리지 않았다. “발레 걱정을 하긴 했어요. 그래도 할아버지니까 발레를 너무 잘하는 것도 어색하잖아요(웃음)? 발레를 미리 배웠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덕출 대사 중에 ‘가장 아쉬운 게 10년만 먼저 시작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도 공감했죠.”

배우 진선규. 서울예술단 제공
배우 진선규. 서울예술단 제공

진선규의 꿈은 한결 같이 “좋은 배우”다. 그는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멀리 있는 꿈을 향해 가고 있다”고 했다.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무대를 통해 진선규가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언제가 됐든,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이 세상을 가장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나빌레라’는 5월 1~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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