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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부활절 연쇄테러, 소수종교인 가톨릭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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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부활절 연쇄테러, 소수종교인 가톨릭 겨냥했나

입력
2019.04.22 11:39
수정
2019.04.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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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극단주의 세력, 수년째 무슬림과 기독교 공격

부활절인 21일 스리랑카 연쇄 폭발 현장 중 한 곳인, 수도 콜롬보 성 안토니오 성당 안의 사건 직후 모습을 현지 TV에서 캡처한 사진. AP 연합뉴스
부활절인 21일 스리랑카 연쇄 폭발 현장 중 한 곳인, 수도 콜롬보 성 안토니오 성당 안의 사건 직후 모습을 현지 TV에서 캡처한 사진. AP 연합뉴스

스리랑카에서 부활절인 21일(현지시간) 발생한 연쇄 테러가 이 나라에서는 소수 종교인 가톨릭을 조직적으로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종의 종교적 박해라는 얘기다.

22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가 수도 콜롬보 등 8곳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폭발로 228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용의자 13명을 체포했으며, 이들 모두 스리랑카인이라고 말했다. 이중 10명은 범죄수사부에 넘겨진 상태다. 아직 정확한 범행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루완 위제와르데나 국방장관은 이번 연쇄 폭발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스리랑카에서는 주민 다수인 싱할리족이 불교도로 이들은 영국 식민시절 인도 남부에서 스리랑카로 강제 이주된,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과 갈등을 빚어 왔다. 한편 타밀족은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라는 이름의 무장 반군조직을 결성해 수 십 년간 싱할릴족이 주류인 주류정부에 맞서왔다.

한국일보에 [세계의 분쟁지역]이라는 기고를 통해 중동ㆍ동남아 지역의 국제분쟁을 소개해온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소수종교에 대한 박해는 매우 심각하다. 그는 2017년 7월 7일 기고에서 이렇게 고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스리랑카 인권 변호사 락샨 디아스(Lakshan Dias)는 도망치듯 모국을 떠났다. 언론인과 인권운동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흰색 승합차’에 납치당한 후 ‘강제 실종’되거나 협박에 못 이겨 줄줄이 해외로 망명하던 내전 막바지(2008-2009)에도 굳건히 버텼던 그다. 락샨은 주류 신할리즈족 출신임에도 비주류인 타밀족을 주로 변호해 왔다. 난민선을 탔다가 망명에 실패한 타밀 청년 수젠드란이 락샨의 변호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7년 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정부에 끌려가 고문당했던 그가 ‘반군과 연계 없음’을 판명 받기까지 락샨은 그를 도왔다.

2017년 당시 스리랑카 종교 인구구성.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당시 스리랑카 종교 인구구성.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 락샨이 이제 피신하는 처지가 됐다. 발단이 된 건 14일 출연한 TV 시사토크쇼였다. 토크쇼에서 락샨은 “2015년(현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정부 출범) 이래 불교 극단주의자의 개신교도 공격이 약 195건 발생했다”고 말했다. 무슬림과 기독교도를 겨냥한 불교도의 폭력을 지적하며 “승려들이 일부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날 이래 락샨을 향한 협박이 전방위로 쏟아졌다. 특히 17일 위제야다사 라자팍세 법무장관은 락샨을 ‘반역자’라 부르며 “24시간 안에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변호사 옷을 벗기겠다”고 협박했다. 스리랑카에서 정치인의 협박은 신변의 위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일 서부 지방 칼루타라에서 승려들이 락샨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19일에는 ‘신할리 민족전선‘이라는 극우단체 소속 승려 두 명이 경찰청장에게 락샨 사법처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신할리 민족전선’은 지난해 1월 6일 “신할리즈족 정체성과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결성의 변을 내놓으며 출범했다. 출범 3일 전 스리랑카 수도권 도시인 누게고다에서는 익명의 무리가 한밤중 무슬림 가옥만 골라 대문에 스프레이로 ‘신하 리(‘사자의 피’를 뜻함. 사자는 신할리즈족 상징)‘라는 글씨를 쓰고 다닌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이들의 소행이었다.

신할리즈족이 믿는 불교 역시 극우주의자를 묶어 폭력집단을 만드는 구심점이다. 극우불교조직 ‘보두발라세나(불교도의 힘ㆍBBS)’가 대표적인 예다. 2012년 7월 결성된 BBS는 극우승려정당인 민족유산당(JHU) 내에서도 가장 극우적인 인물이 모인 분파 조직이다. 등장 이래 교회와 모스크, 무슬림 상점 등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고 할랄식품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이슬람 혐오를 조장했다.

최근 스리랑카 내 가장 극심했던 반무슬림 폭력 사건은 2014년 6월 서부 알뜨가마에서 발생한 반무슬림 폭동이다. 4명이 사망하고 80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사망자가 발생한 반무슬림 폭동은 1915년 이래 약 100년만의 일이었다. 이 폭동 직전 BBS 사무총장인 가라고다 아뜨나나사라 승려는 반무슬림 연설을 하고 다니며 공격을 선동했다. BBS 창립 초기부터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가치들이 신할리라는 위대한 민족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한 그는 몇 차례 체포되기도 했으나 곧 보석으로 풀려나기 때문에 선동활동에 지장을 받은 적은 없다.

2015년 출범한 시리세나 정부는 소수인종과 종교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소수 종교를 향한 공격이 다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실론섬은 긴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월부터 20건 이상의 소수종교를 향한 공격이 보고돼 있다. 이에 중심도시 콜롬보의 외교가도 지난달 1일 긴급성명을 발표해 온전한 법집행과 소수자 권리ㆍ종교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스리랑카에서 인종-종교간 갈등이 얼마나 휘발적인지는 스리랑카 정부와 타밀 반군이 치른 내전이 잘 말해준다. 이른바 ‘검은 7월’이라 불리는 1983년 대타밀 인종폭동은 26년 내전의 도화선이 됐다. 내전이 끝나고 7년이 지난 현재, 평화협상 때마다 인종갈등을 선동해왔던 신할리즈 불교 극단주의 세력은 이제 새로운 공격 대상을 찾기라도 한 듯 무슬림과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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