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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유서 깊은 지진 규모와 진도의 혼동(4.26)

입력
2019.04.26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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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절대적 강도를 나타내는 릭터 규모를 고안한 찰스 릭터가 1900년 오늘 태어났다. seismosoc.org
지진의 절대적 강도를 나타내는 릭터 규모를 고안한 찰스 릭터가 1900년 오늘 태어났다. seismosoc.org

지진의 세기를 일컫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의 혼동은 1935년 독일계 미국의 젊은 지진학자 찰스 F. 릭터(Charles F. Richter, 1900.4.26~1985)가 스승 베노 구텐베르크(Beno Gutenberg, 1889~1960)와 함께 ‘릭터 규모(리히터 규모, Richter Scale)’를 만든 이래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릭터 규모란 진앙 지진의 지진파 에너지의 양을 1.0~9.9까지 단계적으로 지수화한 것이고, 진도는 위치에 따른 지진의 감각적 강도를 국가별 기준에 따라 차등화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규모는 절대적 숫자이고 진도는 진앙(震央)에서 멀어질수록 작아지는 상대적 숫자다.

그 혼동을 릭터는 1980년 한 인터뷰에서 라디오 방송 전파에 비유했다. “규모가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전파의 ‘KW 숫자’라면, 진도는 각 가정에서 수신하는 전파의 세기와 질에 비유할 수 있다.”

‘리히터’라고도 불리는 명칭은 ‘릭터’가 옳은 듯하다. 그가 독일계이긴 하지만 증조부 때인 1840년대에 미국에 건너왔고, 그는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했다. 스탠퍼드대를 거쳐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릭터 규모를 고안한 건 워싱턴 카네기연구소에서 구텐베르크를 만나면서부터다. 둘은 일본 지진학자 와다티 키유(和達淸夫,1902~1995)가 1928년 발표한, 진앙 지진파와 원거리 지진파의 차이에 관한 논문에 착안해 릭터 규모를 만들었다. 구텐베르크도 크게 기여했지만 이름을 사실상 제자인 릭터가 독점한 까닭은, 구텐베르크가 인터뷰 등에 나서는 걸 워낙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다름슈타트 출신인 구텐베르크는 괴팅겐대를 나와 1차대전에 독일 가스전 기상학자로 참전했고, 1930년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 겸 교수로 재직했다.

스승과 달리 릭터는 무척 활달하고 자유로운 성격에다 적극적인 나체주의자(naturist)여서 아내와 함께 다양한 국가ㆍ지역의 누드커뮤니티를 여행하는 걸 즐겼다고 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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