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 덜 쓴 라벨ㆍ무색 권장해도 업체 변화 없어 재활용 제자리
17일 경기 화성의 페트병 재활용 업체 새롬 ENG 공장에서 유영기 대표가 페트병을 잘게 쪼갠 페트 플레이크(조각)를 두 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페트 플레이크는 여러 차례 풍력과 세척을 통해 라벨, 뚜껑 조각 등 이물질과 분리된 뒤 재생원료로 사용되는데, 라벨의 비중이 1 이상일 경우 페트 플레이크와 함께 물에 가라앉아 제대로 분리가 되지 않는다. 화성=고경석 기자

지난해 폐비닐 대란 이후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 재활용 활성화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최근 재활용 쓰레기 대란 1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와 함께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회용 플라스틱과 관련한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88.5%에 달했다. 지난 1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었다고 답한 응답자도 57.1%나 됐다. 실제로 일반 가정에서 나오는 재활용 폐기물이 줄었을까.

지난 주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4곳의 아파트 단지를 직접 둘러본 뒤 관리업체와 주민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지난해보다 재활용품 분류와 청결도가 나아졌다’고 답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재활용 폐기물 배출량이 줄었다’고 응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마포구 공덕동의 A 아파트 관리소장은 “음식물이 묻은 재활용품을 갖다 버리고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까지 함께 버리는 일이 많다”며 “아파트 곳곳에 안내문을 붙여 알리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국민들의 높아진 문제의식과 달리 플라스틱ㆍ비닐 배출량이 줄거나 배출 상태가 크게 좋아지지 않는 현실은 소비자들의 변화만으로는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도 플라스틱 제품 생산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을 고려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거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재활용 관련 기술개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페트병만 해도 유색 용기를 쓰지 못하게 하고 라벨도 비중 1 미만인 제품만 쓰게 하면 재활용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원칙적으로 재활용품이지만 제품마다 재질이 모두 달라 사실상 재활용이 거의 안되는 상황이다. 생산업체들이 통일된 재질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플라스틱 용기 생산 업체들이 재활용 산업에 투자하게 하고 재생 원료의 수요를 늘리는 등 좀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대기업 음료회사나 석유화학회사가 재활용 산업에 지원하거나 투자를 늘려 재생 원료의 부가가치를 높이면 재생원료 사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플라스틱 중에서도 일부만 재생원료로 만들어지는데 더욱 많은 플라스틱이 재생원료로 쓰일 수 있도록 수요처를 늘려야 한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시스템 개선과 기술개발을 통해 모든 플라스틱이 재활용되거나 분해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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