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1956년 쿠데타세력 몰아내고 자주ㆍ자립 노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매체가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쿠데타 세력을 몰아낸 뒤 자주ㆍ자립을 당부했던 김일성 주석과 닮아있다고 부각하고 나섰다. 대내 결집을 위한 유훈 통치의 일환이자, ‘어려운 국면을 견디라’는 주문의 우회적 표현이란 해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금속 공업 주체화 실현에 기여했다는 한 과학자의 발언을 인용,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의 김 위원장 시정연설이 제9기 제1차 회의에서의 김일성 주석의 그것과 닮아 있다고 전했다. “모든 분야에서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존하지 않고 자체의 힘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주체가 선 자주적인 사회주의 나라로 전변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언하시던 우리 수령님(김일성)의 그 음성이 다시금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는 게 신문이 전한 과학자의 말이다. 이러한 내용은 20일 ‘위대한 당을 따라 총진격 앞으로’라는 제목의 정론에 담겼다.

그러면서 신문은 “공화국의 근본 이익과 배치되는 강도적인 요구를 내세우는 적대 세력들의 책동으로 조국과 인민 앞에 시련과 난관이 끊임없이 조성되고 있는 오늘의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1956년의 그 나날을 돌이켜 보게 한다”고 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현 국면이, 반(反) 김일성 세력이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단 소식을 접하고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순방 도중 급거 귀국했던 1956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귀국한 김일성 주석은 이오시프 스탈린 사망 후 니키타 흐루쇼프로 정권이 교체된 당시 소련의 힘을 빌어 그를 몰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숙청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권력을 강화한 김일성 주석은 소련 원조를 거부하고 자주ㆍ자립으로 북한을 발전시키리라 선언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평안북도에 있는 신창양어장을 현지지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7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감안할 때 신문이 “(강선을 찾아) 준엄한 난국에 대하여 터놓으시며 그것을 타개해 나갈 길을 밝혀주시던 위대한 수령님의 호소에 우리 노동계급은 천리마의 대진군으로 화답해 나서지 않았던가”라고 언급한 것은 곧 ‘대북제재에 굴하지 말고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자’는 김 위원장의 대(對) 주민 요구나 다름없다. 특히 김일성 집권 역사의 위기였던 당시를 소환한 것은, 그만큼 북한 지도부가 현 정세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단 방증이기도 하다.

앞서 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서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시정연설에 나서면서, 할아버지를 따라 하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형식적ㆍ내용적 측면에서 김일성 주석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의 내부 결집 목적이 다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신문은 “사회주의 강국에로 향한 총진격의 돌파구는 수령의 유훈 관철에 있다”며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가르쳐주신 대로만 하면 만사가 다 잘되어 나가며 오늘의 시련과 곤란은 얼마든지 타개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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