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퇴비화’ 장례 의식을 준비하는 업체인 리컴포즈(Recompose)가 구상하는 미래의 묘지. 리컴포즈 홈페이지.

수년 전 미국 워싱턴주 배션 아일랜드에 살던 조경사 브라이어 베이츠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친구에게 부탁한 마지막 소원은 자신의 정원에 묻히고 싶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가꿔온 정원의 거름이 되어 자연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2017년 피부암으로 숨진 베이츠는 그의 유언대로 문자 그대로 거름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주립대의 린 카펜터 보그스 교수가 지난해 베이츠를 비롯해 기증 받은 6구의 시신을 알파파와 같은 풀과 미생물 등을 활용해 급속히 부패시켜 흙처럼 만드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일명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다. 시신이 퇴비처럼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일 정도며 나쁜 냄새나 유독성 물질도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실험 성공을 바탕으로 이를 대중화하려는 장례 업체도 만들어졌다.

남은 것은 이 같은 시신 처리를 합법화하는 법률인데, 워싱턴주 의회가 19일(현지시간) 제이미 피더슨 주 상원의원(민주당)이 발의한 일명 ‘인간 퇴비화’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사 서명만 남겨두게 됐다.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 역시 반대 의사를 피력하지 않아 법안은 내년 5월부터 효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워싱턴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간 퇴비화를 합법화하는 주가 되는 것이다. 법안은 다만 퇴비화(Composting)라는 말은 피하고 ‘재구성(Recomposition)’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피더슨 의원은 법안 통과 뒤 “사람들은 자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으며 시신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인간 퇴비화’는 ‘사람은 죽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오랜 종교적 금언을 실현한 장례 방식으로, 매장에서 화장 문화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미국의 장례 의식에 또 다른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국립장례감독협회는 이와 관련, 2002년 28%였던 미국 내 화장 비율은 2015년 48.6%로 크게 늘었고 2035년에는 8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화장도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담긴 장례 방식이지만, 화석 연료를 사용해 시신을 태운다는 점에서 본다면 여전히 공해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피더슨 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인간 퇴비화 장례에 대해 “관도 없고 화학물질도 없고 화석 연료도 없고 비용이 드는 묘지도 필요 없다”며 “흙으로 돌아가는 정신을 지지하는 종교적 전통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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