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우파, 우크라이나에서는 좌파.’

중동 이스라엘과 동유럽 우크라이나에서 20~30대 젊은 계층의 닮은 듯 다른 선택이 그 나라 정치혁명을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우경화한 젊은이들이 똘똘 뭉쳐 비리 의혹으로 실각 위기에 빠졌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구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사상 초유의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좌파성향 젊은 유권자들의 도움으로 등장하게 됐다.

2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이날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53)과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 사이의 대선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지난달 말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개표 전부터 젤렌스키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다. 지난 9~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72.2%가 “젤렌스키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고, 포로셴코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은 25.4%에 머물렀다.

젤렌스키는 포로셴코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하는 한편, 구체적 대안 없이 러시아와 오랜 전쟁을 무조건 종식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헛구호일 가능성이 높은 이 공약의 최대 지지기반은 젊은 층이다. 러시아와의 전쟁과 친서방 집권세력의 부패에 신물이 난 젊은 유권자들이 젤렌스키를 맹목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젤렌스키가 당선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친 서방 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반면 이스라엘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젊은 우파’의 후원을 등에 업고 ‘5선’ 총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투표 직전까지만 해도 중도연합을 이끄는 베니 간츠 이스라엘 청백당 대표에게 밀리는 듯 했으나, ‘밀레니얼 세대’의 에상 밖 몰표로 승부가 갈린 것이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우파 성향이 강해진 건 성장기 내내 끊임없이 이어진 외부 도발로 안보 경각심이 높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1993년 오슬로 평화 협정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들은 팔레스타인의 계속된 ‘인티파다’로 시가전 상황에 노출된 채 성장했다. 요나한 플레스너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장은 “그들에게는 평화에 대한 갈구 또는 희망이란 것은 이질적”이라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 상당수가 군복무 중인 것도 우경화의 또 다른 원인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시민은 남녀를 불문하고 18세가 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 국가 안보에 민감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35세 이하 시민들은 군생활 중 2차 인티파다와 2006년 레바논 전쟁, 2008년부터 이어진 하마스와의 세 번에 걸친 분쟁을 직ㆍ간접적으로 겪었다. 그 때문일까. 예루살렘포스트(JP)에 따르면 18세~24세 계층은 65%, 25세~34세 유권자는 53% 비율로 강한 안보를 주장하는 네타냐휴를 지지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몰론 이 점을 파고 들었다. 대팔레스타인 강경책으로 표심 공략에 나섰는데, 선거 직전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젊은 우파를 묶기 위한 노림수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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