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RM도 추천한 ‘인디 아이돌’… 우효 ‘성난 도시’에서 외친 희망

알림

RM도 추천한 ‘인디 아이돌’… 우효 ‘성난 도시’에서 외친 희망

입력
2019.04.21 15:14
수정
2019.04.21 20:05
22면
0 0

새 앨범 ‘성난도시로부터 멀리’ 발매

“성급하고 이기적인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

가수 우효는 “일본의 작은 섬에 사는 현지 시골 청년이 라디오에서 내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났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연락해 와 놀랐다”며 “다양한 분들이 내 음악을 듣고 희망을 얻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류효진기자
가수 우효는 “일본의 작은 섬에 사는 현지 시골 청년이 라디오에서 내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났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연락해 와 놀랐다”며 “다양한 분들이 내 음악을 듣고 희망을 얻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류효진기자

◇벨 앤 시배스천과 함께 피운 ‘민들레’

2017년 3월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의 경제ㆍ문화 중심 도시 글래스고. 옛 은행 건물에 자리 잡은 녹음 스튜디오에 스코틀랜드 유명 록밴드 벨 앤 시배스천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잭슨과 드러머 리처드 콜번 그리고 키보디스트 크리스 게디스가 모였다. 자신들의 밴드가 아닌, 한국 가수 우효(본명 우효은ㆍ26)의 노래 ‘민들레’ 연주를 위해서였다. 브로콜리 너마저 등 한국 인디 음악에도 큰 영향을 끼친 해외 유명 밴드 멤버들이 한국 가수의 녹음 연주를 도운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1990년대 영국 록 음악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벨 앤 시배스천 2집 ‘이프 유어 필링 시니스터’(1996)를 프로듀싱한 토니 두건이 우효의 편곡 작업에 참여하면서 이뤄진 깜짝 협업이었다고 한다.

가수 우효와 2017년 함께 작업했던 드러머 리처드 콜번(왼쪽 첫 번째)과 기타리스트 스티브 잭슨(왼쪽 두 번째) 그리고 키보디스트 크리스 게디스(왼쪽 네 번째). 세 연주자는 스코틀랜드 유명 록밴드 벨 앤 시배스천 멤버들이다. 문화인 제공
가수 우효와 2017년 함께 작업했던 드러머 리처드 콜번(왼쪽 첫 번째)과 기타리스트 스티브 잭슨(왼쪽 두 번째) 그리고 키보디스트 크리스 게디스(왼쪽 네 번째). 세 연주자는 스코틀랜드 유명 록밴드 벨 앤 시배스천 멤버들이다. 문화인 제공

‘현악이 어우러져 동화처럼 포근한 멜로디.’ 우효와 벨 앤 시배스천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도 비슷했다. 협업이 순조로웠던 덕일까. ‘민들레’는 음악인들이 먼저 알아봤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은 같은 해 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원사이트에서 ‘민들레’를 스트리밍(재생)하는 캡처 사진을 올려 우효의 음악을 추천했다.

◇‘토끼탈’ 쓴 잉여인간

주류 아이돌이 좋아하는 ‘인디 아이돌’, 우효가 지난 8일 새 앨범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를 냈다. 2015년 10월 ‘어드벤처’ 이후 3년 6개월 만의 정규 앨범이다. 새 앨범엔 우효가 2년 전 벨 앤 시배스천과 만든 또 다른 노래 ‘어 굿 데이’도 실렸다.

음악 작업은 우효가 느낀 ‘도시의 공포’에서 시작됐다. 우효는 노래 ‘토끼탈’에서 탈을 쓰고 세상에 나간다. 사회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잉여인간’이 생존을 위해 쓴 가면이다. 성난 도시에서 우효의 유일한 피난처는 물 속이다. 그는 다른 노래 ‘수영’에서 물에 들어가 “잔잔해져라 나의 마음아”라며 주문을 외운다.

“가족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고 음악 산업에서 홀로 모든 것을 책임지며 온몸으로 사회와 부딪히다 보니 피로와 두려움이 쌓였던 것 같아요”.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우효의 말이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영국에서 학업(런던시티대 문화창조산업 전공)과 창작을 병행했다. 앨범 표지에서 우효는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을 보며 앉아 있다. 우효는 “성급하고 치열하며 이기적이고 과장된 채, 화로 가득 찬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우효는 주저앉지 않는다. 그는 새 앨범 타이틀곡 ‘테니스’에서 “다시 일어날 때 사랑스러워 너”라고 노래한다. 세상의 벽에 부딪혀 마음이 ‘깨진’ 청춘에 발라준 ‘빨간약’ 같다. 우효는 “나도 (뮤지션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꿈이 현실과 연결이 안 될 때 느끼는 좌절은 많은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노래로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수 우효의 새 앨범 '성난도시로부터 멀리' 표지. 국형원 작가가 디자인했다.
가수 우효의 새 앨범 '성난도시로부터 멀리' 표지. 국형원 작가가 디자인했다.

◇“심각할수록 웃기고 싶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조적 시선 뒤의 익살은 우효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침울한 목소리로 전 연인을 원망하다가 곡 제목 '라면'에 맞춰 후렴에 "함께라면 참깨라면"을 찾는 엉뚱함이라니. 상반된 정서로 울면서 춤추게 만드는 그의 속내는 이랬다. “심각하고 어두울수록 웃기고 싶더라고요. 코미디언의 웃음의 원동력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효는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영국 런던에서 학교를 다녔다. ‘성장의 둥지’가 다양했던 우효의 삶처럼 음악의 결도 다양하다. 21세기 청년은 20세기 복고풍 신스팝 멜로디로 과거와 현재에 다리를 놓는다. 우효는 “7, 8세 때 오빠가 집에서 피아노 치며 들려줬던 옛 가요가 내게 박힌 것 같다”고 했다. 가수 유재하와 프로젝트 그룹 토이의 음악이었다.

우효는 프랑스 인디 밴드(코랄 핑크)와 일본 여성 DJ(초코홀릭)와 합작했다. 시ㆍ공간을 뛰어넘는 문화적 혼종,그게 바로 우효다.

학업을 마친 우효는 “내 삶을 찾아나가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음악 외의 삶이 있어야 ‘건강하게’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효는 요즘 자동차 운전면허 필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는 우효가 새로 ‘운전’해 갈 다음 창작의 땅은 어디일까.

양승준기자 comeon@han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