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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두가 차별 없이 건강한 ‘그 날’

입력
2019.04.2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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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인들은 과연 동등한 수준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을까. 이런 질문이 떠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7일은 ‘세계 보건의 날’이었고, 25일은 ‘세계 말라리아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 발표한 ‘국가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및 환경에 관한 지표’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평균 수치는 44로 한국 등 일부 선진국(80)에 비해 굉장히 낮다. 보건 인프라 등이 갖춰진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아직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가 심각한 보건 문제로 국민생명이 위협받고 있어 보건과 관련된 날이 가지는 의미가 깊다.

필자가 거주하는 잠비아는 아프리카 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보건의료 서비스가 개선된 편이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잠비아에서는 인구의 65.4%만이 깨끗한 식수를 마시고 있고, 43.9%만이 개선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4년 전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차로 약 1시간 반 떨어진 음팡고(Mpango) 마을을 방문했을 때, 통계만큼 심각한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에는 7,50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주민들은 재래식 우물 혹은 개울가의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었고, 학교에서도 화장실은 찾기 어려웠다. 오염된 식수로 인해 설사나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에 걸려 고통받는 아이들도 너무 많았다. 잠비아 내 대부분 시골 마을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질병이 있어도 이동의 어려움이나 정보 부족으로 보건소에 가지 않고 전통적인 치료법에 의존해 버티는 경우가 많고 마을 보건소에는 단 2명의 간호사가 주민 7,500여 명을 담당하고 있었다. 2016년 기준으로 확인했을 때, 잠비아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0.09명, 간호사 수는 0.89명에 불과한 수준으로 보건 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근무 중인 굿네이버스 잠비아는 이런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4년 전부터 보건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마을에 20개 이상의 식수시설을 설치했고 마을 내 학교에는 식수시설과 화장실 등의 위생시설을 함께 설치했다. 또 아동을 대상으로 손 씻기, 이 닦기, 화장실 이용법 등 식수위생 기초교육을 진행하여 교육 후에는 비누, 칫솔, 치약이 포함된 위생용품을 함께 지원하는 질병 예방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금은 마을에서 수인성 질병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다. 보건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자 마을 주민 20명을 선발하여 기초 보건지식 훈련을 제공했다. 훈련을 받은 주민들은 주변의 아픈 주민들이 보건소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연락원 역할을 담당하여 봉사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초까지 잠비아에는 대규모 콜레라가 출몰해 2,600명 이상의 감염자 및 6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굿네이버스가 사업을 진행하는 음팡고 마을을 포함한 4개 지역에는 콜레라 감염 및 사망자가 전혀 없었다. 굿네이버스의 사업과 지역주민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맺게 된 결실이기도 했다.

올해 세계 보건의 날 주제는 ‘보편적인 건강 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이다. 매년 다른 주제를 선정해 발표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2년 연속으로 지난해와 같은 주제를 골랐다. 보편적인 건강보장이란 모든 사람들이 모든 곳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전 세계의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해 나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건강하고 밝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장동원 굿네이버스 잠비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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