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노동자와 소득불평등 심각… 특별급여 격차 심화가 주 요인
게티이미지뱅크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의 한 협력업체에서 용접일 등을 하는 박모(45)씨는 일상적으로 차별을 겪는다. 원청업체 노동자는 탈의실과 별도의 휴게 공간이 있지만, 하청 소속인 김씨는 옷을 보관하고 갈아입을 곳이 따로 없다. 공구는 원청이 관리하는 창고에서 가져와야 하지만, 때때로 원청 노동자에게 밀려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늘 출근을 서두른다.

차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임금이다. 박씨는 수시로 잔업을 하지만 비슷한 업무를 하는 원청 소속 노동자에 비해 갓 절반을 넘을 정도의 월급을 손에 쥘 뿐이다. 박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원청은 작업복 명찰에 부서 이름을 적고, 하청은 업체 이름을 적기 때문에 작업복만 봐도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나마 박씨는 1차 협력업체 소속이라 사정이 나은 편이다. 조선소 내에는 박씨처럼 1차 협력업체와 계약한 무기계약직이나 일용직이 있고, 2차 협력업체에 속해 물량에 따라 일을 하는 ‘물량팀’도 있다. 김동성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원청이 힘들어지면 물량팀부터 일자리를 줄이고, 경기가 좋아지면 원청부터 성과급을 받는다”며 “조선소는 철저한 계급사회”라고 자조했다.

원ㆍ하청 피라미드 구조의 바닥에 있는 하청 노동자들이 뿌리 깊은 차별에 시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ㆍ하청 노동자 등 갈수록 벌어지는 임금 격차를 중심으로 발생한 소득불평등을 해소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소득불평등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하청 기업 근로자의 월임금 총액은 원청기업(545만원)의 62.4%(340만3,000원)에 불과했다. 1차 하청(343만6,000원)보다 2차 이하(333만3,000원)가 더 열악했다. 2017년 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에서 원·하청 소속 여부가 파악된 근로자 360만명에 대해 분석한 결과다.

특히 특별급여(성과급)로 인해 격차가 심화되고 있었다. 원청은 월평균 147만7,000원(월임금 총액의 27.1%)을 특별급여로 받았지만, 하청기업은 37만2,000원(10.9%) 받는 데 그쳤다. 원ㆍ하청 기업 간 월환산 특별급여 격차는 110.5만원으로 전체 임금 격차분의 54.0%에 해당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간당 정액 급여와 특별 급여를 만회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하청 노동자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190.3시간으로 원청(181.8시간)보다 8.5시간 더 일하고 있었다.

원청이 하청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라는 점은 각종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원청은 근속 기간 10년 이상 노동자 비율이 46.5%로 하청(20.3%)보다 2.2배 높았다. 반대로 하청은 근속 1년 미만 노동자 비율이 14.8%로 원청(5.3%)의 2.8배에 달했다. 노조 가입률도 원청이 31.2%인 반면, 1차 하청(10.4%), 2차 하청(8.0%)으로 내려갈수록 낮아졌다. 원청 노동자는 같은 직장에서 장기 근속하면서 임금 협상으로 처우를 개선하지만, 하청 노동자는 잦은 이직과 근속 단절로 인해 연령에 따른 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원ㆍ하청 임금 격차가 구조화한 것은 저임금 노동을 활용하려는 대기업의 아웃소싱 전략과 하도급 거래, 단가 인하 등의 불공정 거래, 하청 기업의 저조한 노조 조직률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조성재 노동연 선임연구위원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선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주는 ‘연대임금 전략’ 실현을 위해 노사정 모두 태도를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는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기업단위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노동계도 고임금과 저임금사업장에 대한 임금 인상률 차등 적용과 연대기금 마련 등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이 같은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연대임금 전략 등을 논의할 ‘양극화 해소와 고용플러스위원회(가칭)’를 만들어 노사정 대화에 부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위원회 설치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달 탄력근로제 개선안 합의안과 함께 해당 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본위원회에 의결안건으로 넘겼지만, 청년ㆍ여성ㆍ비정규직 계층 위원들이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반발해 복귀하지 않아 본위원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해당 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대해선 계층위원들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본위원회가 언제 열릴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