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방영 후 활기 띠다 최근 제보 ‘뚝’ 
2004년 발생한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관련, 유력한 용의자의 몽타주.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16년 장기 미제로 남은 경기 포천시 여중생 살인사건 수사가 활기를 띠다 다시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이 사건을 다룬 TV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후 관련 제보가 잇따랐으나 용의 선상에 올릴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해서다. 최근엔 관련 신고도 뚝 끊겼다.

19일 경기북부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후 50여건의 관련 신고가 잇따랐다. 방송에 나온 유력한 사건 용의자 몽타주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112신고 등이 주를 이뤘다. ‘몽타주와 닮은 여장남자를 목격했다’는 신고도 있었다.

몽타주는 방송에 등장한 새로운 제보자 A씨의 기억으로 그려졌다. A씨는 피해 여중생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비슷한 장소에서 유사 피해를 입을 뻔했다.

경찰은 신고자들이 지목한 인물들을 샅샅이 찾아 확인했다. 그러나 실제 얼굴과 몽타주가 다르거나 사건이 일어난 포천 등 경기북부지역과의 연고가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성범죄 전과자와 수감자까지 모두 조사했으나, 용의선상에 올릴 인물은 찾지 못했다.

경찰은 다시 한번 시민들의 제보가 절실해졌다. 범인의 DNA도 없는 상황에서 용의자 관련 제보만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서다.

경찰은 2003년 11~12월 포천 일대서 흰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수상한 행적을 보였거나 숨진 여중생 유류품이 발견된 의정부 민락동과 낙양동 일대에서 몰래 물건을 버린 남성에 대한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범인의 연령은 당시 20~30대로, 현재 40대에서 50대 중반까지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범인은 특정하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닌 용의자 자체를 특정하지 못해 해결이 더 힘들다”며 “제보 하나하나가 중요 단서가 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신고가 간절하다”고 밝혔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은 2003년 11월 집에 가다 실종된 엄모(당시 15세)양이 실종 95일만인 2004년 2월 8일 포천 소흘읍의 한 배수로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발견 당시 엄양은 60㎝ 좁은 배수관 안에서 알몸으로 훼손돼 있었다.

특이한 점은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진 붉은색 매니큐였다. 범인이 엄양을 숨지게 한 뒤 칠한 것으로 알려져 ‘포천 매니큐어 살인사건’으로도 불렸다.

당시 경찰은 1년 간 대대적인 수사에 벌였으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시신이 심하게 부패돼 당시 사인과 사망 시각도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성폭행 피해도 의심됐지만 범인의 DNA도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주변 폐쇄회로(CC)TV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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