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산업별 40대 취업자 증감 - 송정근 기자/2019-04-19(한국일보)

“자녀 2명을 키우는 40대 가장입니다. 회사가 어려워 실직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40대 가장 다둥이 아빠입니다. 2018년 8월부터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작년 한해 지속된 고용참사는 한 가계의 가장이자 국가 경제의 ‘허리’인 40대에 가장 큰 충격을 가했다. 지난해 4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1만7,000명 줄었다. 전(全)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하지만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지표에선 이들이 어느 산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잃었는지, 정규직과 임시ㆍ일용직간 일자리 충격의 강도가 다르지는 않은지 세밀하게 볼 수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40대가 주로 취업하는 제조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참사 원인을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40대 고용쇼크를 둘러싼 이러한 의문점을 해소할 세부 지표가 공개됐다.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이 지난해 40대 고용통계 원자료(마이크로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2018년 40대 및 50대 노동시장 평가와 특징’ 보고서를 보면 40대는 통념과 달리 제조업보다는 마트나 편의점 등 도ㆍ소매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고졸 이하 저학력 계층과 판매ㆍ노무직 계층을 중심으로 고용참사의 충격이 컸다.

◇40대 고용충격 주범은 ‘내수 침체’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일자리는 내수 부문의 전통 서비스업종에서 많이 사라졌다. 40대 취업자가 가장 많이 감소한 산업은 도ㆍ소매업(마트ㆍ편의점ㆍ화장품 가게 등, -6만8,000명)으로, 40대 전체 취업자 감소분(-11만7,000명)의 58%에 달했다. 특히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취업자가 3만9,000명 줄었다. 주로 편의점이나 소규모 마트에서 고용이 부진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운수ㆍ창고(-2만5,000명) 사업시설관리 및 지원(경비ㆍ청소, -1만3,000명) 등 다른 서비스업종에서도 40대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40대(-2만4,000명)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다. 주로 자동차, 의복ㆍ섬유 등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비중이 높은 저(低)부가가치 의복ㆍ섬유 산업에서 고용참사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정보통신(+3만1,000명) 보건ㆍ복지(+2만2,000명) 건설(+1만2,000명) 등에선 일자리가 늘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40대 취업자 감소에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침체의 영향이 더 컸다. 바꿔 말해 이들 서비스업을 지탱하는 내수의 침체가 40대를 실업으로 내몬 셈이다.

40대 서비스업 일자리 쇼크엔 인구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가령 2017년에 49세인 도소매 분야 취업자가 지난해 50세가 되면 통계상 40대 도소매업 취업자는 감소하고 50대는 늘어나게 되는데, 실제 지난해 50대 도소매업 취업자는 3만2,000명 늘며 모든 산업 중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실직ㆍ폐업 등 일자리 변동이 없어도 연령별 취업자가 달라지는 셈이다. 임 연구원은 “(대학진학률이 20%대에 불과했던) 40대 후반 계층은 도소매업에서 단순노무ㆍ판매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어렵다. 지난해 40대 도소매업 고용률(인구 대비 도소매업 취업자 비중)이 0.66%포인트 감소했기 때문이다. 40대 취업자가 나이가 들어 50대로 빠져나가는 것은 세대 고용률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40대 도소매업 취업자가 단순한 인구효과 이상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전반적인 내수침체에 자영업 과당경쟁,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일부 정책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제조업 침체가 40대 고용쇼크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40대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은 작년 2분기 1만6,000명→3분기 3만명→4분기 5만7,000명 등 계속 커지고 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올해부턴 40대 취업자 감소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도소매보다 확실히 커졌다”고 말했다. 제조업은 자동차ㆍ조선업 구조조정에 더해 최근 반도체발(發) 수출 부진마저 겹친 반면, 도소매는 외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며 40대 취업자 감소 폭이 1분기(1~3월) 월평균 1만명 안팎까지 축소됐기 때문이다.

◇40대 ‘고졸+판매노무직’ 충격

40대 고용 충격을 직업군별로 보면 판매ㆍ노무직 계통에서 가장 컸다. 지난해 40대 직종별(사무직, 단순노무 등) 고용률(인구 대비 직종별 취업자 비중)을 살펴보면, 기능원(-0.65%포인트) 판매직(-0.45%포인트) 단순노무직(-0.37%포인트) 등 저임금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 전문가(+0.71%포인트) 사무직(+0.40%포인트) 관리자(+0.30%포인트) 등 화이트칼라(사무직) 일자리가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교육 수준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도 뚜렷했다. 지난해 고졸 이하 40대 취업자는 25만3,000명이 감소한 반면 대졸 이상은 13만6,000명 늘었다. 특히 제조업(-8만1,000명) 도소매(-5만1,000명) 음식ㆍ숙박(-2만5,000명) 등에서 고졸 이하 일자리가 크게 사라졌다. 반면 대졸의 경우 제조업(+5만7,000명) 정보통신(+3만1,000명) 등에서 고용이 양호했다. 40대 안에서도 저임금ㆍ저학력 취약계층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줄어든 40대 일자리 가운데 상당 비중이 임시ㆍ일용직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기업의 생산과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돼 있어 민간 부문이 40대 일자리를 늘릴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청년이나 신(新)중년(50대), 노인 등과 달리 일자리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40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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