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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어려운 화두가 된 20대

입력
2019.04.19 18:12
수정
2019.04.19 18:3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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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 틀을 벗어난 밀레니얼 세대

이념, 진영 논리보다 합리, 실용 우선

‘갓뚜기’ 이미지 상품 선호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가 등장했다. 기존의 프레임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성세대가 보기엔 회색지대에 놓인 20대다. 이들이 통과하고 있을 생각과 시간을 잡으려는 시도들이 있지만, 아직은 현상과 이해에 머물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감수성과 이미지를 가진 젊은 세대는 어느 시대에나 등장한다. 1990년대에 출현한 신세대는 발전 이데올로기의 적자였다. 경제 성장의 수혜자임을 보여주듯 이들은 오렌지족, 신인류란 수식어로 유행했다. 지금의 20대는 별칭까지는 얻지 못했지만, 신세대 때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다르고 다양하다. 마치 시대의 어려운 화두가 되어버린 듯한 20대다.

젊은 세대는 따질 것도 없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었으나 지금 20대는 기성세대의 눈에는 진보인지, 보수인지 알기 힘들다. 이들에게 세상은 선과 악, 흑과 백이 아니다. 대충 회색인 세상에서, 기성세대처럼 진영논리에 따른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실용적 판단을 할 뿐이다. 이들에게 10%가 넘는 청년 실업률을 놓고 보면 지금 정권은 득이 되지 않는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 최대 지지 세력이었으나 지금은 이탈해 버리는 것이 20대 입장에선 합리적이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이달 공개한 조사를 보면, 20대는 전 연령 세대 가운데 문 대통령을 가장 높게 지지했으나 지금은 60대 다음으로 지지율이 낮아져 있다. 그렇다고 20대의 변절을 보수화로 보고, 필시 보수정부 시절 잘못 교육받은 탓으로 돌리는 것은 20대에게 꼰대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의를 위해 개인에게 일정 부분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감수성이듯이, 문 대통령 지지에서 이탈했다고 보수로 색칠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이념적 재단에 불과하다.

지지를 철회했다고 해서 이들이 야당 지지로 가지도 않는다. 또 정치세력이 프레임을 걸고, 언어를 선점해 이들을 지지세력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기성세대가 웹, iOS세대인 이들을 개념화하고 이해하기란 더욱 어렵다. 하나의 앵글로 조명되기 어려워 정치인은 유권자, 기업인은 고객의 관점에서만 얘기할 수 있을 뿐이다.

이념 중심적이지 않은 20대 입장에서 사회의 진보-보수 프레임은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 이들에게 진보는 가난, 보수는 부자라는 것도 기성세대의 틀에 불과하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 재산파동에서 20억, 30억원 얘기가 쉽게 나오는 상황을 20대 입장에서 보면, 진보는 더는 가난하지 않으며 보수와 마찬가지로 기득권을 가진 주류로 간주된다.

통신기술 환경 덕에 소통이 빨라진 20대는 사회적으로 바르지 않은 것에 격분하고 세력화해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진라면이 신라면을 누른 것도 그런 결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신제품이 나온 것도 아니고, 국민의 보편적인 입맛이 바뀐 것도 아닐 텐데 지금 소비자들은 봉지 진라면을 봉지 신라면 보다 더 많이 끓이고 있다. 기업 오뚜기 오너의 깨끗한 경영 이미지가 ‘갓뚜기’ 별명으로 연결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진라면이 배만 부르게 하는 라면이 아니다’고 소통된 결과였다.

세계도 20대가 주축인 밀레니얼 세대가 일으키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객관적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폐쇄된 디지털 네트워크에 놓여 있는 이들에겐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고 싫음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특정 이슈나 인물에 대한 태도나 행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감정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인 브렉시트나, 트럼프 현상, 유럽의 극우 바람도 저런 현상에 어느 정도는 기인한 셈이다.

기성세대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실현시키려는 신세대의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다. 어쩌면 지금의 20대가 기성세대와 경제적 맥락에서 계층적 갈등을 벌이는 상황도 향후 세대 갈등이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임을 예고하는 것 같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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