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에 청년 5만 명이 몰리자, 일부 언론이 ‘공짜 용돈 살포’이자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맹비난했다. 그 예산이 결국 청년들이 나중에 갚아야 할 국가채무가 될 것이라며 청년세대를 걱정하는 훈계도 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나 고민은 찾을 수 없다.

□ 미국에서는 “자동화나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실직한 18세 이상 모든 사람에게 매달 1,000달러(약 113만원)의 ‘보편적 기본소득’(UBIㆍ일명 자유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 인물이 등장했다. 대만 출신 이민 2세로 엘리트 교육을 받고 ‘벤처 포 아메리카’라는 벤처기업 육성 비영리단체를 이끄는 변호사 앤드류 양(楊安澤)이 그 주인공이다. 군소 후보지만, 그의 획기적 공약에 관심이 쏠린다.

□ 양은 출마 이유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미 중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의 제조업체 실직자 400만 명이 표를 몰아줬기 때문인데, 조만간 소매업자, 콜센터나 패스트푸드 체인 종업원, 트럭 운전자 등 수백 만명도 실업자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어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기술은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으니,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배당금이 실직자의 자존감과 자립 의지를 높여 2025년까지 약 2조5,000만 달러(약 2,842조원)의 경제성장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 우리나라도 청년뿐 아니라 경제의 허리인 40대 취업자가 집중적으로 줄고 있고, 특히 유통 등 서비스업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한국일보 20일자 1면)는 점에서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또 2020년 우리나라에서도 총선이 있다. 정치권은 벌써 선거체제에 돌입한 모습이지만 여야 모두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 방법이 오로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경제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 기술과 시스템의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누구도 관심 밖이다. 21세기의 문제를 21세기의 눈으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인물이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는 한 명도 없는 것일까.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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