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건물에 난입한 괴한을 그물총으로 제압하는 가상의 장면. 인터넷 캡쳐

경남 진주의 묻지마 방화ㆍ살인 사건을 계기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정착 경찰에서는 강력사건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흉기를 이용한 강력 범죄를 초기에 제압하기 위해 경찰 장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암사역 칼부림 난동 현장에서 경찰이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뒤로 경찰 내부에서는 ‘그물총’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19일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달 초 경찰 내부망에 ‘그물총 도입을 검토해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그물총은 순간적으로 그물을 발사해 2~3m에 달하는 먼 거리에 있는 상대를 포박하는 장비다. 시중에서는 주로 동물 포획용, 호신용으로 100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는 3년 전 한 뉴스 채널에서 ‘괴한을 단숨에 제압하는 총’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그물총으로 제압한 범인을 경찰들이 검거하는 가상의 상황. 인터넷 캡쳐

경찰 내부에서 그물총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일선 경찰들이 지구대, 파출소에 보급돼 있는 테이저건의 효용성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속출하는데도, 막상 현장에서 테이저건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신림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홍모(53)씨를 향해 경찰이 테이저건을 발사했지만, 테이저건의 전기침이 홍씨의 두꺼운 외투를 뚫지 못해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진압봉을 든 경찰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홍씨를 겨우 제압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출동한 경찰 1명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맞아 부상을 입기도 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테이저건에서 발사되는 전기침 두 발이 현행범의 신체에 정확하게 꼽혀야 하는데 거리가 멀거나, 범인이 움직이거나 두꺼운 옷을 입고 있으면 명중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올 2월 유튜브에 공개된 '암사역 흉기난동' 사건 동영상. 유튜브 캡처

물론 경찰 장구 가운데 권총이 가장 강력한 무기지만 실탄이 든 권총에 대해선 경찰들의 심리적 부담이 매우 크다. 엄격한 총기 사용요건 때문이다. 시행령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권총과 소총은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발사 전 구두 또는 공포탄으로 반드시 경고를 해야 하고, 사후에는 사용 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의무다. 경찰청에 따르면 권총 사용 건수는 최근 2년간 10건 미만이었다. 진주 방화ㆍ흉기 살인 사건에는 검거 과정에 권총이 쓰이긴 했지만, 피의자 안인득(42)이 몸을 숨기거나 경찰을 향해 흉기를 던지면서 진압봉으로 겨우 안씨를 검거했다.

일부 경찰들은 경찰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범인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그물총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로 동물 사냥에 쓰는 그물총을 치안 현장에서 쓰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004년 법무부가 불법 외국인 체류자를 단속하기 위해 그물총을 도입했을 때도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비의 활용 가능성, 인권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주요 장구ㆍ무기 비교.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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