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배우한 기자

국내 항공업계 2위 기업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신세가 됐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팔게 된 원인을 두고 많은 분석이 나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회계 외부감사 과정에서 ‘한정’ 의견을 받은 사실을 결정적 매각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왔고 결국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는 겁니다. 나아가 최근 들어 부쩍 보수화한 회계법인의 감사 태도가 기업에 무리를 주고 자칫 부도 위기로 몰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말 그런지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정 의견 탓 부도에 내몰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2일 외부감사기관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합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의결합니다.

두 사건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인지 따지기에 앞서 회계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는 의미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국내 시장에 상장한 기업(12월 결산법인 기준)들은 매년 3월 말쯤 지난해 사업에 대한 결과물인 재무제표 등을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회계법인들이 회계원칙에 따라 감사보고서의 신뢰도를 측정해 의견을 제시합니다. 의견은 보고서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에 따라 ‘적정’ ‘한정’ ‘부적정’ ‘거절’, 네 단계로 구분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적정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의견은 감사보고서에 문제가 있으며 거절 쪽으로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는 걸 뜻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받은 한정 의견은 ‘감사범위가 부분적으로 제한된 경우’ 또는 ‘감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회계원칙에 따르지 않은 몇 가지 사항이 있는 경우’에 나옵니다. 실제 삼일회계법인은 이 회사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을 내면서 “재무제표 관련 자료 중 일부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정 의견을 받은 후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최상급인 AAA+를 필두로 BBB-까지가 투자적격 등급이고, BB+ 이하 등급은 투기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BBB-로 한 단계만 떨어지면 투기 등급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선 신용등급 하락이 예민한 사안이었습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미래에 발생할 매출(장래매출)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장래매출 ABS) 1조2,074억원어치에 ‘신용등급이 BB-로 떨어질 경우 즉시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트리거)을 걸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상 1조원가량의 빚을 단번에 갚을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유동성 위기를 넘어 부도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긴 했습니다.

비록 예상되는 파장은 컸지만, 당시 신용평가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한정 의견의 이유가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 아시아나항공이 회계법인 측에 자료를 제공하고 이를 반영하기만 하면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삼일회계법인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고 나흘 만에 적정 의견을 받아내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면했습니다.

 ◇매각의 근본 요인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회계사태로 갑자기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걸까요. 아닙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언제라도 유동성 위기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기업이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아시아나항공이 어떤 신용등급을 어떤 이유로 받았는지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줄곧 투기등급 바로 윗등급인 BBB-나 고작 한두 단계 더 높은 BBB, BBB+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BBB 등급은 투자적격 등급이긴 하지만 A, AA, AAA단계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재무안정성 등 기업의 계속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신용평가업계로부터 줄곧 “재무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빌린 돈(차입금)이 많고 차입금 상환 만기가 짧은 구조라 상환부담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낮은 신용도 때문에 ‘무보증 채권’은 거의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신용도만으로는 채권을 찍어내도 돈을 빌려줄 이들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아시아나항공은 미래에 발생할 매출(장래매출)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돈을 빌렸습니다. 이를 장래매출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라고 부릅니다. 장래매출채권ABS는 길게는 5년 만기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1~3개월짜리 만기로 발행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만기가 짧은 장래매출채권ABS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면 같은 종류의 신규 ABS를 발행해 돈을 빌려 갚는 방식(롤오버)으로 연명해왔습니다.

이러한 돌려막기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도 갈수록 커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만기 1년 미만 ‘단기성 차입금’은 2013년 말 전체 차입금의 23.2%를 차지하다가 2016년 말 41.9%, 2017년 말에는 47.5%(2조1,097억원)로 4조원대 전체 차입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단기성 차입금 중 ABS는 2017년 9월 1조2,382억원에 달했고 지금은 다소 줄었다지만 여전히 1조1,127억원에 이릅니다. ABS마저 발행할 수 없게 된다면 현금이 부족한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빚쟁이들에게 독촉 당하는 신세로 전락할 구조인 셈입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것 없던 폭탄 

이런 탓에 금융투자업계과 신용평가업계는 “이번 회계 외부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지 않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폭탄이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매각 외엔 방법이 없다는 판단 역시 지배적입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나항공은 아슬아슬한 재무구조와 어울리지 않게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해왔다”며 “특히 지난해를 거치며 재무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기업”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회계감사 때 한정 의견에서 적정 의견을 받기 위해 수정한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토막(887억원→282억원) 났고, 순손실은 2배가량(1,050억원→1,959억원) 늘었습니다. ‘어닝 쇼크’에 가까운 숫자 변화입니다. 한 대형회계법인 회계사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영업이익을 부풀리고 순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료 제출을 거부했던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설령 한정 의견을 안받았다 한들 아시아나항공의 초라한 경영 실적이 드러나면서 열악한 재무상태를 어떻게 수습할 지 우려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장기간 켜켜이 쌓여온 재무안정성 문제가 임계점에 다다르자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고육지책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물론 회계법인의 한정 의견이 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새삼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렇다고 “한정 의견이 없었다면 매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변하는 건 합당치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선 “무리한 회계감사가 아시아나항공을 위기로 몰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됩니다. 시장 전반의 합의와 궤를 달리하는 이러한 평가를 두고 재계가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른 회계감사 강화를 공격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한계상황이었던 기업 현실을 도외시한 채 ‘한정 의견이 기업을 휘청이게 했다’고 주장하는 건 무리한 논리다. 무엇보다 회계원칙상 한정의견을 줘야 한다면 주는 것이 회계법인의 의무다. 정확한 회계정보를 통해 기업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본이 정착하는 경영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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