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 없는 여론재판은 위험
소년범죄 인식 보고서
[저작권 한국일보]현재 우리사회에서 미성년자가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생각/ 강준구 기자/2019-04-19(한국일보)

순찰차 들이받고도 처벌 면한 9세 소년, 미성년자 처벌 논란 불 붙여

지난 3월 말,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의 처벌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재 점화됐다. 9세에 불과한 초등학생이 부모님의 차를 몰고 나가 6대의 차량과 순찰차 2대까지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면서부터였다. 큰 사고였지만 이 소년은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소년법에서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 소년’에게는 형사처분이 아닌 보호처분이 내려지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사고를 낸 소년은 그 보다도 어린 이른바 범법소년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

인천 초등생 유괴 살인,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등 미성년자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 처벌 강화는 유엔 아동관리협약 등 국제인권 기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재범 방지와 같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대 여론도 존재한다. 이에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국민들은 미성년자 범죄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해법을 생각하고 있는지 지난 8~1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실시했다.

강준구 기자

소년범죄 인식: 양적, 질적으로 심각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97%로, 국민의 대부분이 미성년자 범죄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경우만 해도 전체의 절반 가까이인 48%였다. 전체 범죄 중 미성년자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5명 중 4명 꼴인 80%가 높다(매우 높다+높다)고 응답했다. 또한 미성년자 범죄 중 강력범죄(흉악)의 비중 역시 77%가 높다고 응답해, 미성년자 범죄가 양적ㆍ질적으로 심각해졌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강준구 기자

미성년자 범죄 요인: 친구, 가정환경, 매체 영향 커, 약한 처벌 수위도 한 몫

미성년자 범죄가 심각해진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여러요인 중에서도 ‘친구·또래 집단의 행태’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매우 크다+크다)고 응답한 비율이 98%로 가장 높았다. ‘가정 환경 문제’(95%)나 ‘각종 매체에의 노출(90%)’, ‘윤리 교육의 부족 혹은 부재(89%)’가 범죄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많았다. ‘약한 범죄 처벌 수위(88%)’와 ‘보호처분 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87%)는 점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다른 요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비율은 매우 높았다.

고령층은 매체효과ㆍ윤리교육 약화 탓, 젊은 층은 낮은 처벌ㆍ전과기록 면제 탓

응답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각종 매체에의 노출과 윤리 교육의 부족 혹은 부재가 범죄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으며, 반대로 약한 범죄 처벌 수위와 보호처분시 전과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 비율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노년층의 경우 동기를 차단하지 못해 범죄가 발생한다고 보는 측면이 있는 반면, 청년층은 처벌 및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부분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강준구 기자

미성년자 처벌 수준은 높이고, 연령 기준은 낮춰야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소년법에 의해 감경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와 같은 처벌 수준에 대해서는 전체의 91%가 현재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처벌 연령 기준에 대해서도 현재보다 낮아져야 한다는 응답이 77%로 높았다. 처벌 수준은 높이고 연령 기준은 낮춰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공통적인 생각임을 알 수 있다. 형벌의 주된 목적이 범죄자 교화라고 생각하는 집단은 처벌이 주된 목적이라는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 강화에 동의하는 정도가 덜했지만, 그럼에도 처벌 수준과 연령 기준에 대해 각각 86%와 69%가 강화 또는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입장이든 교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든 미성년자를 처벌하는 기준이 현재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합치했다.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국민 법 감정, 현행법과 일부 괴리

미성년자 범죄로 인해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81%로, 국가가 구제해야 한다는 응답(19%)에 비해 많았다. 변제 자력이 없는 미성년자로 인한 피해 책임은 감독자인 부모가 져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법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법에 의거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보다 높은 수위로 가해자를 처벌한다. 이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미성년자인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응답 결과를 보면 81%가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가해자의 연령을 고려해 소년법이 적용되는 만큼, 국민의 법 감정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미성년자 사건 책임, 어른에게만 묻는 것이 정당한가

미성년자가 주류 및 담배와 같은 유해물질을 구입한 경우, 유흥주점 등 금지 업소에 출입한 경우에는 청소년 보호법에 의거해 판매자(업주)를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법을 위반한 당사자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성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점을 두고 비판이 이어져왔다. 이와 관련해 미성년자에 의한 청소년 보호법 위반 발생시 책임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를 질문한 결과, 3분의 2 가량이 양측 모두에게 책임을 나눠 물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미성년자 책임이라는 응답은 29%인 반면 판매자(업주)인 성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문제 발생시 무조건적으로 성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관행에 대해 재고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강준구 기자

미성년자 범죄정보 제공 후 인식변화, 정확한 정보제공 없는 여론재판은 경계해야

대검찰청이 2018년에 발표한 10년간의 범죄분석 통계는 일반적인 통념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전체 범죄 발생비는 지난 10년간 20.3%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18세 이하 소념범죄 발생비 역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범죄 유형별로도 강력범죄 중 흉악범죄는 증가하는 추세이나, 강력범죄 중 폭력범죄와 교통범죄ㆍ재산범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팀에서는 대검찰청 공표 자료를 제공한 후 다시 미성년자 범죄의 심각성과 미성년자 범죄 비중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간략한 서베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미성년자 범죄를 심각(매우 심각+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전체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48%에서 37%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전체 범죄 중 미성년자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높다(매우 높다+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80%에서 65%로 15%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통계적으로도 두 차이는 모두 신뢰 수준 95% 하에서 유의미(p<0.001)했다. 정확한 정보의 제공 여부가 개인의 인식이나 판단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강한 시민여론은 객관적인 실태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

권성욱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과장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