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절반이 30분 이상 소요… 1시간 이상도 1800명이나

특수학교에 다니는 열세 살 딸을 둔 조모(43)씨의 아침은 전쟁이 따로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딸과 활동보조인을 차에 태우고, 자택인 경기 시흥에서 학교가 있는 서울 구로구까지 손수 운전해 데려다 주는 시간만 50분 남짓. 이마저도 도로 상황이 좋을 때 가능한 일이다. 궂은 날씨에는 어김없이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도로에 갇혀 있다. 그는 “남편 직장이 있는 시흥에도 특수학교가 생긴다는 계획을 듣고 이사를 왔는데, 얼마 안 가 무산됐다”며 “지금 다니는 특수학교가 집에서 최단 거리에 위치한 건데도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왔던 날은 학교에 도착하니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됐더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장애 학생들의 학교 가는 길은 유난히 멀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통학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리는 원거리 통학 비율은 전체 특수학교 학생(2만4,994명) 중 7.4%(1,853명·2018년 4월 기준)에 달한다. 특수교육계에서는 장애 학생들의 특성상 30분 이내의 통학 거리가 적당하다고 보지만, 이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은 아직까지 절반 수준(55.4%)이다. 해법은 곳곳에 특수학교를 많이 짓는 것인데,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학교 설립 계획이 무산되거나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서울에 새롭게 문을 여는 특수학교 중 한 곳인 강서구 서진학교의 개교일을 당초 예정인 9월에서 11월로 미루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학부모들이 ‘무릎 호소’까지 해야 했던 서진학교는 설립 확정 뒤에도 오후 5시 이후와 주말에는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주민 민원이 계속돼 완공이 지연되고 있다. 김정선 시교육청 특수교육 장학관은 “9월에 개교 예정인 서초구의 나래학교는 68% 수준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서진학교는 40%가 채 안 된다”며 “개교 시기는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탐산초에서 2017년 9월 열린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토론회에서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 찬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원 동해에 예정된 동해특수학교(가칭)는 아예 삽조차 뜨지 못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1일 착공했어야 하지만, 4회에 걸친 설명회까지 하고도 주민들과의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동해와 삼척 지역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학생들이 강릉 또는 태백으로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 학교가 들어서면 학교 정원인 약 130명의 통학 거리가 대폭 단축된다. 최보영 동해시장애인학부모회 회장은 “태백으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오전 6시 20분에 통학버스를 타서 학교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당사자들한테 정말 절실한데, 뚜렷한 논리 없이 ‘(학교와) 담장이 너무 가깝다’ ‘내가 왜 장애인을 보고 살아야 하냐’고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특수학교 설립이 매번 난관에 부딪히자 주민 반대 없이 학교를 짓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학교 부지 내 카페나 체육시설을 함께 건립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특수학교를 단독으로 설립하게 되면 부지 확보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자, 오는 10월 일반학교 부지 내 특수학교를 짓는 ‘병설 특수학교’ 건립을 위한 법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순경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는 “지역사회에 특수학교가 들어오면 비장애인 학생들도 장애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며 “일반학교 설립 때 주민설명회 자체를 하지 않듯이 장애 학생이 교육 받을 권리를 주민 반대라는 명목으로 더 이상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특수학교 26곳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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