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에 센서 설치, 야간엔 열화상 카메라로 감시
대한송유관공사 직원들이 지난해 8월 경북 지역에서 기름 도둑을 적발하기 위해 탐측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제공

지난해 8월 경북 경주시 7번 국도 인근 한 모텔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지하 단란주점엔 삽과 곡괭이, 검은 색 고무관 등이 널려 있고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주점 구석의 한 방에 연결된 지하 벙커에 큰 저장탱크 두 대가 석유를 담고 있었다. 모텔을 통째로 임대해 땅굴을 파고 50m 떨어진 송유관에 고무관을 연결해 기름을 훔치던 일당의 범행 현장이었다.

지난해 1월 적발된 충남 아산시의 한 비닐하우스도 기름을 훔치던 일당의 아지트였다. 이들은 약 150m 떨어진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지하에 묻은 고무호스를 통해 기름을 빼내려다 쇠고랑을 찼다.

범죄 현장을 포착한 대한송유관공사 직원들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된 ‘기름 도둑’들의 ‘도유(盜油)’ 수법이다. 이런 ‘기름 훔치기’ 범죄는 지난해만 6건 적발돼 80여명이 검거됐다. 갈수록 신종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이들은 삽, 곡괭이, 중장비는 기본이고, 전자유량계나 압력전송기 등 첨단 장비까지 동원해 송유관의 기름을 빼내고 있다. 전자유량계는 기름의 양을 측정하는 장비이고, 압력전송기는 관을 흐르는 기름의 압력을 측정하는 장비다. 모두 ‘티 나지 않게’ 기름을 조금씩 빼내 공사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장비들이다.

기름 도둑들도 나름의 체계를 갖고 움직인다. 총책임자의 지휘에 따라 송유관에 기름 절도 장치를 꽂는 설치범, 실제 기름을 훔치는 절취범, 절취한 석유를 유통하는 장물업자 등 조직범죄 형태를 띤다.

기름 도둑질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휘발유, 경유 등이 송유관을 지날 때 압력은 무려 40기압에 달하기 때문이다. 40기압은 송유관에 1㎠의 구멍을 냈을 때 400m까지 치솟을 수 있는 고압이라 구멍을 뚫다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2월에는 전남 순천시에서 지하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던 사람이 관에서 새어 나온 유증기에 질식해 숨지기도 했다. 작년 4월에는 천안시에서 송유관 쪽으로 땅굴을 파던 사람이 지반 침하로 흙과 모래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목숨까지 걸어가며 기름을 훔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완전범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송유관공사가 첨단 장비를 통해 전국에 깔린 1,200㎞의 송유관 주변 감시ㆍ경계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엔 송유관 내 압력이 떨어지는 정도를 탐지하는 LDS시스템으로 기름 도둑질을 감시했지만, 2016년부터는 송유관로에 센서를 설치해 압력뿐 아니라 유량, 온도, 비중, 변화를 탐측ㆍ분석하는 d-POLIS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송유관에 사람이 접근할 때 발생하는 진동까지 포착하는 진동감지시스템(DAS)을 설치했다. 배관에 시설물을 설치하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PDMS 시스템도 개발해 함께 설치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가 송유관 전 구간에 설치돼 있고, 주말과 야간에는 특별순찰조가 투입돼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송유관을 감시한다.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기름 도둑들이 각종 장비와 지능화한 수법으로 석유를 빼내려 하지만, 이런 범죄를 걸러낼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 갖춰져 기름 훔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련 법 개정으로 도유 장물범에 대한 형량도 7년 이하의 징역에서 10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됐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전국 송유관 망. 대한송유관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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