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센 강변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지붕과 첨탑 주변에서 15일 오후 화염이 치솟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화마로 전소 직전까지 갔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복원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원형을 살려 복원할지, 21세기 기술과 감각을 불어넣은 새로운 첨탑으로 바꿀지를 놓고서다. 프랑스 정부는 ‘현대 기술에 맞는 새 첨탑을 세울 것’이라며 국제공모 방침을 밝힌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원형 그대로’를 외치는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끔찍한 화재 사고 이틀 만에,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건축학적 유산의 복원 방향을 두고 논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토론의 시작을 연 것은 프랑스 정부의 ‘국제공모’ 방침 발표였다.

17일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한 특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첨탑 재건을 위해 국제공모를 열겠다”고 밝혔다. 파리=EPA 연합뉴스

이날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국제공모를 통해 원작자가 구상한 것처럼 첨탑을 재현할지, 아니면 유산이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흔히 그러하듯 현대의 기술과 도전 의식을 살린 새로운 첨탑을 세울지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화재로 무너져 내린 96m 높이의 첨탑은 성당의 보수 공사를 맡았던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에 의해 1859년 새로 추가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존의 첨탑도 당시 기준으로는 ‘현대화’의 산물인 셈. 노트르담 대성당은 12세기 주피터 신전을 허물고 세워지기 시작해 약 200년에 걸쳐 완공됐다. 그 이후에도 계속 다양하게 다시 지어지며 프랑스의 대표 건축물로 자리매김했다.

전날 오후 대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불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에 16일 시커멓게 탄 기둥 등 잔해가 수북이 쌓여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그러나 유산을 지키려는 의식이 강한 파리 시민들을 생각하면 대성당의 외관을 재창조하자는 의견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파리 시민은 물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파리의 상징 에필탑도 1887년 착공 당시에는 ‘예술 도시 파리의 아름다움을 망치는 흉물’ 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랜드마크인 유리 피라미드도 ‘건축학적 웃음거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프랑수아 드 마제레스 베르사유 시장은 “노트르담 대성당은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상징적 건물”이라면서 “현대의 소재가 삽입된다면 사람들은 원래 건물이 담고 있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15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진화작업에 나선 한 소방대원이 성당 안에서 물을 분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노트르담 대성당의 전 수석 건축가인 벤자민 무튼 역시 “첨탑은 걸작”이라면서 “반드시 원래대로 다시 세워야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역사적 건축물의 복원전문가인 스테판 버홀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는 끔찍한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프랑스가 항상 이렇다. 누구든지 각자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던 프랑스 문화부의 방재전문가 조제 바즈 드 마토스는 17일 사고 수습 관련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다”면서 첨탑과 지붕을 포기하는 대신 전면부의 상징적인 쌍둥이 종탑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종탑이라도 사수하는 것으로 재빠른 판단을 내리고, 물대포를 집중적으로 분사한 덕분에 성당 전체가 불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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