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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과학] 원시 지구와 행성이 충돌, 잔해물이 모여 달이 됐나

입력
2019.04.20 13: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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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의 기원… 힘 받는 거대 충돌설 

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 중 하나인 거대 충돌설을 그린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달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 중 하나인 거대 충돌설을 그린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최근 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성공했지만 광활한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인류가 매일 바라보는,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에 대해서조차 아직까지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달의 기원 역시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달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하는 가설은 크게 네 가지다. ‘포획설’은 지구 가까이 지나가던 소행성이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붙잡힌 뒤 빠져나가지 못해 지구 주위를 공전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동시 생성설’은 태양계에서 행성들이 생기던 시기에 원시 지구를 돌던 여러 물질이 뭉쳐 지구와 달이 됐다는 학설이다. ‘분리설’은 지구가 아직 굳지 않았을 때 지구의 빠른 자전속도로 거대한 혹이 생겨났고, 그게 떨어져 나와 달이 됐다는 얘기다. ‘거대 충돌설’은 지구 형성 초기에 지구가 화성만한 크기의 행성과 충돌했고 그 충격으로 만들어진 잔해물이 모여 달이 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행성이 지구에 붙잡혀 달이 됐다면 달과 지구를 이루는 물질이 크게 달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달과 지구의 구성성분은 매우 비슷하다. 동시 생성설의 주장대로 지구와 달이 함께 생긴 쌍둥이라면 구성성분 비율도 유사해야 하지만 달은 지구보다 철분 비율이 낮다.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선임연구원은 “달의 밀도는 지구의 60% 수준이라 분리설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며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설은 거대 충돌설”이라고 말했다.

거대 충돌설은 지구와 달의 동위원소비가 같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힘을 얻었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으로 이뤄지는데 동위원소는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탄소만 해도 동위원소인 탄소-12, 탄소-13, 탄소-14가 있다. 모두 6개의 양성자를 갖고 있지만 중성자 수는 각각 6개, 7개, 8개로 다르다. 이들 동위원소 간에는 일정한 비율이 있다. 그런데 아폴로 달 탐사선이 갖고 온 월석을 분석했더니 지구와 산소 동위원소비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와 달의 텅스텐, 티타늄 동위원소비도 동일했다. 아주 오래 전, 지구와 달이 특정 사건으로 생성됐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 가설에 힘을 싣는 연구결과도 계속 나오고 있다. 중국과학원(CAS)과 마카오 과학기술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월석에서 휘발성 물질인 염소-37의 동위원소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건 거대 충격으로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서 그 영향으로 무거운 염소-37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염소-35가 많이 증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갖고 있는 월석 3개의 동위원소비를 분석한 결과다. 사전 분석 결과 이들의 산소 동위원소비는 지구와 동일했다.

앞서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월석을 살펴본 결과, 미세하지만 월석의 칼륨-41 비율이 지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칼륨-39보다 무거운 칼륨-41이 월석에 더 많이 섞이게 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충돌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칼륨-41이 우주공간으로 더 많이 튕겨져 나오려면 그만큼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달의 생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원시 지구가 행성과 충돌한 뒤 여러 물질이 현재의 달 궤도까지 퍼졌고 지구의 영향이 줄어드는 지점 너머에 있는 달의 씨앗 중심으로 잔해물이 뭉치면서 달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큰 충돌로 지구에서 멀리까지 날아온 무거운 칼륨-41도 달의 중력에 이끌려 달에 좀 더 많이 분포하게 된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처럼 거대 충돌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설 수준이다. 거대 충돌설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언제든 현재의 위치를 내줘야 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달 앞면에는 천체가 부딪힌 흔적이 굉장히 많은데 뒷면에는 그런 게 없는 점 등 달에 대해 인류가 100%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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