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근대식 성당… ‘도심 속 정원’ 천주교 신자 결혼식장 인기
서울 중구 중림동 약현성당을 찾은 한 방문객이 17일 오후 성당 정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바라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국정원 요원 출신으로 과거 작전 수행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희생된 데 대한 죄책감에 방황하다 사제의 길을 걷게 된 주인공과 무능하지만 승진에 목마른 형사의 좌충우돌 사연이 전개되는 SBS 드라마 ‘열혈사제’. 스토리 전개상 자주 등장하게 되는 구담성당의 실제 배경은 서울 중구 중림동에 자리잡은 약현성당이다.

도심 속 정원 같은 곳으로, 아래 도로의 차량 소리가 성당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에 막히면서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곳이다. 주변 직장인들과 천주교 신자들은 알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존재 자체를 잘 모르고 있는 성당이다. 약현성당은 천주교 신자들이 명동성당을 제치고 결혼하고 싶은 장소 1위로 꼽는 성당이다.

약현성당 뒷편에 있는 약현성당 주보 성인인 성 요셉상. 성 요셉 성인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날 약현성당을 찾은 이효상(50)씨는 “천주교 신자여서 약현성당을 알고 있었지만 드라마 ‘열혈사제’를 보니 성당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사진에 담기 위해 발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에서 온 유희(22)씨는 “드라마를 통해서 약현성당을 알게 됐다”며 “생각보다 규모는 약간 작은데 빛이 들어오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모습은 그 자체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 김남길의 분노 조절 장애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방송 촬영 때보다 날이 따뜻해서 벚꽃과 개나리꽃이 만개해 성당의 수목은 훨씬 더 풍성했다.

약현성당은 중구 중림동에 위치하여 중림동성당이라고도 불리며 건축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 ‘약현(藥峴)’이란 말은 약재가 거래되던 서대문 밖 언덕의 지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부에는 정면 중앙으로 종탑이 있고 종탑 아래 몸체에는 쌍으로 아치창을 내었으며 그 아래로 둥근 원형창을 두었다. 고딕 양식의 특색인 뾰족 아치형의 현관문을 중심으로 좌우 양 옆에 윗부분을 반원형으로 마감한 창문이 있다.

정면에서 약현성당을 바라본 모습. 홍인기 기자

건물은 붉은 벽돌 구조로 연면적 396㎡평에 이르며 길이 32m, 너비 12m의 긴 장방형의 지상 1층 구조이다. 화려한 장식도 없고 웅장한 규모도 아닌 성당 건축의 기본 공간과 형태를 필요한 만큼만 갖추고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의 절충식이다. 명동성당보다 6년 먼저 지어졌다.

1891년 완공된 약현성당은 구한말 천주교 전파 도중 처형된 순교자 16명의 위패를 모신 최초의 성당이다. 규모 면에서는 명동성당에 비할 바 아니지만 역사적 의미로는 결코 뒤지지 않은 많은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1998년 2월에는 30대 취객이 성당 제단의 커튼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건물이 전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성 요셉상과 성모마리아상 등 주요 유물들이 화재로 소실됐다. 현재 모습은 화재 이후 복원된 것이다. 우리나라 성당 건축의 표본이 되는 건축사적 의미가 매우 높은 건물로 사적 제252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을 때 약현성당을 방문한 것은 유명하다. 인근 서소문역사공원과 더불어 교황청이 인정한 천주교 서울순례길에 포함돼 있다.

드라마 '열혈사제' 주인공인 김남길 등 극 중 구담성당 신부와 수녀들이 오고가는 '십자가의 길'. 정문에서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에 있으며 기도할 장소로 쓰이는 돌 비석 14개가 있다. 홍인기 기자

오후 6시가 되자 첨탑에서 청아한 종소리가 수십 번 울렸다. 지친 일상을 끝낸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성당으로 경사진 길을 올랐다. 종소리와 아담하지만 평온함을 선사하는 약현성당의 외관으로 하루의 위로를 삼으며.

약현성당 등나무 쉼터. 신자들과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홍인기 기자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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