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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기업ㆍ경찰 짜고 한국 건설사 2명 ‘사실상 인질극’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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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기업ㆍ경찰 짜고 한국 건설사 2명 ‘사실상 인질극’ 정황

입력
2019.04.17 17:26
수정
2019.04.17 22:5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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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끝난 하청업체 자재 처분

절도범 몰려 두 달 넘게 구금

현지 하청업체에 의해 절도범으로 몰린 한국 건설사 직원 2명이 구금돼 있는 미얀마 양곤 소재 인세인 교도소의 입구. 'Save my family' 블로그 화면 캡처
현지 하청업체에 의해 절도범으로 몰린 한국 건설사 직원 2명이 구금돼 있는 미얀마 양곤 소재 인세인 교도소의 입구. 'Save my family' 블로그 화면 캡처

미얀마 하청 업체와 분쟁 중인 한국 건설사 직원 2명이 도둑으로 몰려 2개월 넘게 현지 감옥에 수감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거액의 배상금을 원하는 미얀마 업체가 자국 경찰과 짜고 사실상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게 수감자 가족의 호소다.

17일 오후 5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억울하게 미얀마 교도소에 갇혀 있는 아버지를 구해주세요’ 제하 게시물에 동의를 표시한 사람 수는 1만 8,000명에 육박한다. 이 글이 올라온 건 이틀 전인 15일이다.

청원 내용을 보면 미얀마에서 옥살이 중인 한국인은 양곤 시내 건설 사업을 수주한 시행업체 A사의 상무와 공사를 진행시키고 현지 하청업체를 관리ㆍ감독하는 시공업체 B사의 현장 소장 등 2명이다. 이들은 2월 7일 현지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A사와 맺은 골조 공사 계약이 해지된 현지 하청업체 Z사의 재산(철근 등 자재)을 허락 없이 판매해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서다.

청원인은 “Z사는 A사가 계약을 파기한 뒤 다른 회사와 공사를 재개하자 악의적으로 자기들의 자재를 통보한 기한까지 가져가지 않았고, B사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자재를 판매ㆍ처분하자 이를 빌미 삼아 한국인 직원들을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직원 2명은 두 달여 동안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계약 해지로 손해를 봤다며 Z사가 A사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돈이 160억~200억원이고, 처분된 자재는 고작 100만원어치밖에 안 된다는 게 청원인의 설명이다.

고래 싸움(기업 간 분쟁)에 애먼 새우(한국인 직원)의 등이 터진 꼴인데도 A사가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게 청원인의 판단이다. 그는 “A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두 달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A사는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가족들에게 은근히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Z사가 경찰을 매수했을지 모른다는 의혹도 청원인은 제기했다. “미얀마 현지 경찰은 Z사와 유착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Z사의 대표가 4월 9일 두 한국인 직원을 체포한 경찰과 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선물을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원인의 가장 큰 걱정은 1년 넘게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감 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절도는 구속 수사가 기본이라는 게 미얀마 법의 원칙인 데다 현지 경찰과 업체 간의 유착 사실을 증명할 만한 증거도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일단 우리 국민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미얀마 주재 대사가 양곤 주지사는 물론 법무부ㆍ내무부 장관 같은 미얀마 고위 당국자를 두루 만나 협조를 구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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