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 단원 김수진씨(왼쪽)와 김민주씨는 동갑내기 단짝이다. 시각장애가 있지만 서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름다운 화음을 완성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발달장애를 지녔지만 기타 연주 실력은 수준급인 심환씨. 말끝마다 ‘티마마’ ‘가제트’ 같은 애칭을 붙여서 대화하는 엉뚱 매력의 소유자다. 아직 발이 피아노 페달에 닿지 않는 열살 소년 김건호. 앞을 보지 못하지만 최연소 독주회까지 연 음악 천재다. 시각장애인 최초로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첼리스트 김민주씨, 재능과 근성을 겸비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씨, 눈 대신 귀로 악보를 외우는 절대음감 기타리스트 허지연씨. 이렇게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연주자들을 지휘자 이원숙씨와 동료 선생님들이 열정으로 이끈다. “우리가 함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거야. 소리를 맞춰 가는 것, 서로 소리를 듣는 것, 이걸 잊으면 안 돼.”

1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장애를 딛고 음악가로 성장해 가는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낸다. 반복되는 연습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음악보다는 친구와 노는 걸 더 좋아하지만, 이들에게 음악은 취미가 아니라 진지한 꿈이다. 배움과 익힘의 속도가 저마다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서로 기다려 주고 맞춰 가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카메라는 부모들이 감춰둔 상처에도 귀를 기울인다. 십 수년 전 아이의 장애를 비하하던 임신부에게 “당신도 이런 아이 낳을 수 있다”고 모진 말을 했던 일을 미안해하며 “건강한 아이를 낳기를 기도했다”는 한 엄마의 고백은 관객의 가슴에 묵직하게 박힌다.

지난 9일 ‘뷰티플 마인드’ 시사회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조성우 음악감독.
김민주씨는 점자 악보를 손끝으로 읽으며 멜로디를 익히고 악기를 연주한다.

이 영화의 연출은 ‘꽃피는 봄이 오면’(2004)과 ‘순정만화’(2008) 등을 만든 류장하 감독이 맡았다. 류 감독은 영화 개봉을 보지 못하고 지난 2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공동연출자 손미 감독은 “지난해 촬영 당시에도 류 감독님이 암투병 중이었는데 이 영화 덕분에 치유받고 있다면서 기뻐했다”고 돌아봤다. 제작자는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봄날은 간다’(2001) ‘만추’(2011) ‘덕혜옹주’(2016) 등에 참여한 유명 영화음악가 조성우 음악감독이다. 지인의 소개로 뷰티플 마인드 연습실을 찾았다가 연주를 보고 깜짝 놀라 사비를 털어 영화 제작에 나섰다. 최근 전화로 만난 조 감독은 “악기 훈련 과정만 달랐을 뿐 음악의 본질에는 차이가 없었다”며 “아이들을 더 넓은 세상과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 음악감독과 조연출로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류 감독을 떠올렸다. 류 감독의 모든 연출작에 조 감독의 음악이 실려 있다. ‘순정만화’에선 조 감독이 음악과 제작을 겸했다. 그는 “뷰티플 마인드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류 감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탄광촌 관악부를 지휘하게 된 트럼펫 연주자를 그렸던 류 감독은 관악부 아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내내 품고 있었다고 한다. 조 감독은 “류 감독이 건강할 때 개봉하려고 노력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회한에 젖었다. 그는 “영화 인생의 동반자였던 류 감독이 많이 그립다”며 “유작을 나와 함께해 줘서 너무나 고맙고 한편으로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의 공연 장면.

조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단원들의 개성과 특징을 반영해 그들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 악기가 하나씩 등장해 화음을 쌓아가며 마지막에 앙상블을 이루는 구성이다. 조 감독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덕분에 영화를 보내는 내내 귀가 행복하다. 조 감독은 “차이와 다름을 개성과 재능으로 가꾸어 간 아이들을 보면서 장애에 대한 편견이 허물어졌으면 한다”며 “비록 작은 영화이지만 음악이 지닌 치유와 해방의 힘으로 이 사회의 그늘을 비추는 데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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