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조사 결과, 10%p차로 앞서… 야권 프라보워 후보 불복 땐 정국 격랑 빠질 우려
인도네시아 대선이 치러진 17일 조코 위도도(왼쪽) 현 대통령이 부인 이리아나 여사와 함께 수도 자카르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조코 위도도(별칭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7일 치러진 대선 투표의 잠정 개표 결과에서 승리가 확실시돼 재선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인도네시아조사연구소(LSI)의 표본조사(Quick Countㆍ퀵카운트)에 따르면, 개표율 94.5%로 집계가 거의 마무리된 오후 8시(현지시간) 현재 조코위 대통령은 55.3%, 야권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는 44.7%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다른 기관들의 표본조사에서도 조코위 대통령이 7.3~12%포인트 차로 앞섰다. 표본조사이긴 하지만 이변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다만 공식 결과 발표는 이르면 이달 말 이뤄진다.

이날 오후 5시 두 후보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모든 이의 노력으로 민주주의 축제를 평화롭게 잘 치렀다”라며 “선거 후에도 우리의 형제애, 통합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프라보워 총재는 “투표 방해 등 전날 밤부터 부정 행위가 많이 일어났다”며 “여론몰이하는 특정 조사기관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출구조사를 해 보니 우리가 55.8%를 득표해 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라보워는 5년 전 대선 때도 불복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불복 사태가 현실화하면 시위 폭동 등으로 이어져 정국이 격랑에 빠져들 수도 있다.

잠정 개표 결과는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자카르타 남부 칠란닥 지역 134선거구 투표소. 마을 이슬람사원 옆 공터에 마련된 투표소는 언뜻 보면 공사장 간이 휴게소 같았다. 대기 의자들 위에 파란 포장을 두르고, 기표소 등이 가지런히 놓였다. 기표소는 똑바로 서면 얼굴이 다 보일 정도로 반(半)개방적이다. 투표함과 기표소 가림 칸막이는 모두 종이상자 재질의 골판지다.

투표 시작 시간이 되자 선거관리요원과 참관인(SAKSI)들은 줄지어 선 뒤 공정 선거 다짐 선서를 했다. 이어 밀봉한 투표함을 열고 색깔이 다른 4가지(다른 지역은 5가지) 투표용지 숫자를 확인했다. 회색이 대통령을 고르는 투표용지였다. 이 마을 유권자는 287명, 투표용지는 298장이었다. 그러는 사이 접수 담당자는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번호가 적힌 대기표를 나눠줬다. 이 과정이 1시간이나 걸렸다.

오전 8시쯤 드디어 마이크를 통해 “사투(1번)”가 호명되고 투표는 평온하게 진행됐다. 대선 용지를 뺀 3가지 투표용지는 A2용지 크기로 너무 커서 기표소에서 펼치기가 불편해 보였다. 유권자는 원하는 후보가 표시된 부분을 못으로 뚫으면 됐다. 이를 ‘뇨블로스(nyoblos)’라고 불렀다. 기표시간은 1인당 2~3분 소요됐다. 기표를 마친 유권자는 투표용지 색깔과 같은 투표함에 각각 표를 넣었다. 중복 투표 방지용으로 마련된 보라색 잉크에 손가락을 담갔다 빼면 투표가 끝난다.

10명에게 누구를 뽑았는지 물었다. 기자가 즉석에서 진행한 일종의 출구조사였다. 5명은 조코위, 3명은 프라보워였다. “한번으로는 부족하다” “인프라 구축 등 지금까지 잘해왔다” “상대편(프라보워)이 싫다” 등이 이유였다. 오후 2시 현장에서 30분간 이뤄진 개표 역시 조코위의 압승으로 나왔다. 투표율은 62.4%로 조코위가 131표, 프라보워가 48표를 얻었다.

이날 인도네시아 선거는 당일치기 투표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출마 후보만 24만5,000명, 유권자는 1억9,282만명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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