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소속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슬림인 일한 오마르(민주ㆍ미네소타) 하원의원을 비난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빗발치는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맹공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오마르 의원 지키기에 나섰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까지 조롱 대상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의회에서 장악력을 잃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낸시는 오마르를 옹호하기 전에 오마르가 지금껏 했던 반(反)유대주의, 반이스라엘, 미국 혐오 발언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오마르 의원)는 낸시를 조종하는 걸 제외하면 완전히 통제불능이다!”라고 적었다. 오마르 의원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는 한편, 펠로시 하원의장이 오마르 의원을 옹호하는 걸 두고 초선의원에게 휘둘리는 격이라고 조롱한 것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메시지는 오마르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동적 언행의 중단을 촉구한 뒤 나왔다. 오마르 의원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트윗 이후 내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증가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성명을 내고 동영상 게재 이후 의회 경찰이 오마르 의원과 주변인에 대한 신변보호를 하도록 조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고 위험한 영상을 즉시 내려라”고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43초짜리 편집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영상은 오마르 의원이 한 행사장에서 9ㆍ11 테러와 관련해 “일부 사람들이 뭔가를 저질렀다”고 언급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그 사이사이에 테러 당시 항공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충돌해 폭발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광경을 삽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과 함께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오마르 의원의 발언이 여전히 미국인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 9ㆍ11 테러 공격을 대단치 않게 여긴 것이라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주의와 분열을 부추기며 여성 의원을 상대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국제여성인권단체 ‘여성행진(Women’s March)’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르 의원을 상대로 비열하고 무책임한 공격을 저질렀다"고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ㆍ페이스북 계정 영구정지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을 의식한 듯 트위터 계정 상단에 고정했던 영상을 내렸지만, 게시물을 삭제하지는 않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오마르 의원은 소말리아 난민 가정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미 연방의원에 당선된 2명의 무슬림 여성 중 한 명이다. 지난 2월 유대인 로비 단체를 비난했다가 ‘반유대주의’ 역풍을 맞고 사과한 전력이 있어 보수 진영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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