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ㆍ술값 등 고객이 영업직원 계좌로 입금… 아레나 3년간 162억 탈세 한몫
3년간 160여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모씨. 강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총액 120 3하드바틀 1샴 6명 엔 20씩입니다.”

무슨 소린지 모를, 암호 같은 문장이다. 이 문장은 ‘버닝썬 스캔들’의 발원지,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이 한창 영업 중이던 지난해 4월 버닝썬 MD(엠디)가 올린 온라인 카페의 홍보 문구다. 이 문구는 클럽 용어로 ‘조각’을 위한 것이다. 조각은 MD가 온라인 카페의 ‘방장’이 돼서 즉석 모임을 만드는 일이다. 입장료ㆍ테이블 예약비ㆍ술값 등 비용을 정한다. 그래서 저 문장은 “총 비용이 120만원으로 양주 3명, 샴페인 1병을 제공하는데 6명이 20만원씩 나눠 낸다”는 의미다. 나눠내는 비용은 ‘엔(N)비’, 보드카 등 양주 3병은 ‘3하드바틀’, 샴페인 1병은 ‘1샴’이다. 한번에 수십, 수백 만원을 예사로 내야 하는 클럽비용을 나눠내는 클럽 생태계의 일면이다.

방장은 엔비를 먼저 입금하는 순서대로 그날 조각의 진용을 짠다. 대부분의 ‘조각’ 공지글은 MD의 카카오톡 아이디나 전화번호만 남겨져 있다. MD에게 메시지나 문자를 보내 계좌번호를 받고 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 서비스로 엔비를 송금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15일 국세청 등 세무당국은 클럽 아레나, 버닝썬 등 클럽의 탈세 문제를 파고 들면서 바로 이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세원 노출을 꺼리는 유흥업소들이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예전에는 외상을 달아두거나 근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직접 현금을 뽑아 내는 방식을 써야 했다면, 지금은 상대방 핸드폰 번호만 있으면 간편송금을 이용해 바로 계좌이체를 할 수 있다.

이처럼 MD 계좌로 직접 거래되는 현금 결제는 카드 거래와 달리 세무당국에 신고되지 않는다. 매출액에 ‘장난’ 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홍대의 한 MD는 “고객이 MD 개인 계좌로 테이블비, 술값을 입금하면 MD가 현금으로 인출해 클럽 측에 전달하고 MD들은 월말에 성과대로 별도의 월급을 받는다”며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라 사장 외엔 총액을 아무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내용은 ‘업소 매출’인데, 형식은 ‘개인 거래’다 보니 세무 당국으로선 들여다볼 방법이 없다. 사업주가 소비자로부터 QR코드, 간편결제서비스 등으로 돈을 받는 건 국세청이 결제대행업체로부터 결제대행자료를 수집하면 된다. 하지만 개인 계좌끼리 거래를 다 들여다보긴 어렵다. 세무법인 가현택스의 황룡 세무사는 “현금 1,000만원 이상의 입출금 내역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적으로 보고되지만 수십, 수백만 원 단위의 개인간 거래까지 확인하는 건 세무당국이 ‘빅브라더’가 아닌 이상 어렵다”고 말했다. MD 1명당 거래 내역을 일일이 쫓아야 확인할 수 있다.

논현동 클럽 아레나가 3년간 162억원의 세금을 탈루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과세당국이 버닝썬 스캔들이 터지자 전국 21곳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대대적 세무조사를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간편송금 서비스 자체는 적법하고 편리한 결제 수단이지만 사업자가 이를 탈세에 악용하려는 게 문제라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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