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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문자 인식 앱 ‘설리번+’...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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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문자 인식 앱 ‘설리번+’...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줄게요"

입력
2019.04.16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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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와 스타트업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출시한 시각보조앱 '설리번+' 구동 화면. 화면에 비친 문자를 읽어주거나, 물체를 묘사해준다. 투아트 제공
LG유플러스와 스타트업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출시한 시각보조앱 '설리번+' 구동 화면. 화면에 비친 문자를 읽어주거나, 물체를 묘사해준다. 투아트 제공

시각장애인이 길을 걸을 때, ‘공사중’ ‘주의’ 표지판을 인식하고 비켜갈 수 있을까? 쇼핑을 할 때 비장애인처럼 진열된 상품의 색깔과 디자인을 비교해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을까?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종이 가정통신문 내용을 시각장애인 부모는 읽을 수 있을까?

과거에는 주변 도움을 받아야 가능했던 일들이 앞으로는 첨단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며 가능해진 일이다.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변 사물과 사람을 인식한 뒤 이를 설명해주는 시각보조앱 ‘씨잉(Seeing)AI’를 출시했고, 구글은 지난달 시각장애인용 AI앱 ‘룩아웃(Lookout)’을 미국 시장에 내놨다.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변 사물과 쇼핑 상품 정보, 이메일과 인쇄물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다만 이 서비스는 국내 25만3,00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씨잉AI는 아이폰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만 서비스되고, 룩아웃은 미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두 앱 모두 영어로만 제공된다는 점도 국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커다란 벽이었다. 호주와 네덜란드에도 비슷한 앱이 있지만, 매월 적지 않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해 부담이 컸다.

LG유플러스와 스타트업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출시한 시각보조앱 '설리번+' 구동 화면. 화면에 비친 문자를 읽어주거나, 물체를 묘사해준다. 투아트 제공
LG유플러스와 스타트업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출시한 시각보조앱 '설리번+' 구동 화면. 화면에 비친 문자를 읽어주거나, 물체를 묘사해준다. 투아트 제공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둔 16일 LG유플러스가 국내 스타트업 ‘투아트’와 손잡고 시각장애인 보조앱 ‘설리번플러스(+)’을 무료 출시하는 것은 국내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시된 설리번+는 △문자인식 △얼굴인식 △이미지 묘사 △색상인식 △빛 밝기인식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한국어 앱이라는 게 강점이다.

설리번+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는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돼 세상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샴푸와 린스의 상품명을 읽어 구분할 수 있게 해주고, 깨알같이 쓰여 있는 우유의 유통기한을 알려준다. 우편물로 온 공문서와 고지서를 읽어줄 뿐만 아니라, 눈 앞에 있는 물체를 ‘나무 테이블 위에 놓여진 흰색 컵’, ‘흙 바닥 위에 누워 있는 고양이’ 처럼 자세히 묘사해준다. 앞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손에 잡힌 옷이 무슨 색인지도 알려준다. 사람의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앱의 영상통화 연결을 통해 지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40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일상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기능을 중심으로 앱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용 앱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개발팀 직원의 친구가 시력을 잃게 됐다는 소식이 계기가 됐다. 조수원(42) 투아트 대표는 “국내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LG유플러스와 사업 제휴를 하게 되면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이 개선됐다.

LG유플러스와 스타트업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런칭한 시각보조앱 '설리번+' 구동 화면. 화면에 비친 문자를 읽어주거나, 물체를 묘사해준다. 투아트 제공
LG유플러스와 스타트업 투아트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런칭한 시각보조앱 '설리번+' 구동 화면. 화면에 비친 문자를 읽어주거나, 물체를 묘사해준다. 투아트 제공

설리번+ 서비스를 이용해 본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들의 반응은 아주 뜨겁다. 이용자들은 “세탁기 표시창에 남은 시간까지 인식해주니 남의 눈을 빌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라면을 먹으려다 짜장라면을 뜯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게 됐다” 등 긍정적인 후기를 쏟아내고 있다. 다만 문장 구성이 한국어 어순에 맞지 않는 등 다소 어색한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조 대표는 “영어 기반으로 물체를 인식한 뒤 번역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며 “추후 번역 기능은 계속해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투아트는 설리번+와 연계한 비콘(블루투스 기반 근거리 무선통신) 기기 ‘설리번 팝’, AI스피커 ‘설리번 에코’ 등을 개발 중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많은 학습을 거친 앱이지만, 생활에 필요한 환경들을 하나씩 신경망에 학습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1년 후면 해외 서비스와도 확연히 차이 나는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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