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미국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하루 최다 우승 상금을 획득한 제임스 홀츠하우어. 제퍼디 홈페이지 캡처

2009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 자말은 열여덟 어린 나이에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인기 퀴즈쇼에서 우승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인도 빈민가에서 나고 자라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그의 우승 비결은 머리로 익힌 ‘지식’이 아니었다. 갖은 고초를 겪으며 몸에 깊게 새겨진 ‘체험’, 퀴즈쇼 우승에 대한 ‘간절함’, 그리고 가족과 친구를 향한 ‘진실한 사랑’이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도박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한 남성이 유명 퀴즈쇼에 출연해 프로그램 사상 최고 상금을 거머쥐며 우승했다. 그런데 우승 비결은 딸에게 밤마다 읽어주던 ‘어린이 책’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카고 출신의 전문도박사 제임스 홀츠하우어(34)가 10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의 최장수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하루 최고 상금’인 11만914달러(약 1억2,600만원)를 거머쥐며 우승했다. 이전 최고 상금 우승자의 7만7,000달러(2010년 기록)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8년 만에 역대 최고액 기록을 경신한 홀츠하우어는 12일 방송에서도 8만9,158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 이 퀴즈쇼에 7회 출연해 총 41만4,035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홀츠하우어는 총 133개의 문제 중 4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의 정답을 모두 맞추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이 퀴즈쇼의 문제들은 전공 지식만으로는 맞출 수 없는 까다로운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야구 경기장 간식 메뉴’부터 ‘18세기에 발표된 과학 연구’,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할리우드의 역사’까지 다양했다.

그는 “풍부한 그림으로 다양한 주제를 쉽고 단순하게 설명해주는 어린이 책을 읽으며 지식을 익혔다”며 WP에 우승 비결을 밝혔다. 또, “갓 태어난 딸의 작명을 위해 단어의 어원을 공부하며 우연히 익힌 지식이 생소한 단어를 문제를 맞추는 데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의례적으로 행한 일들이 쌓여 퀴즈 쇼 우승까지 이어진 것이다.

고향 시카고에서 살고 있는 홀츠하우어는 가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9일 방송에서 그가 내건 최고 1일 최고 상금액 숫자 110,914를 딸의 생일 날짜(11년 9월14일)과 즉각 연결지을 정도였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은 내게 돈과 제퍼디 우승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며 “그들에게 내 사랑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WP에 딸의 생일을 금액으로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또 “어린 시절부터 제퍼디 우승을 간절하게 꿈꾸며 출연을 준비해왔다”며 “언젠가 제퍼디에 출연하겠다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한 번도 가볍게 여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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