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상 불이익 등 직권남용 적용 ‘힌트’ 찾을 수 있어
여환섭 김학의 수사단장이 1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맡은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법리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수사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국정농단 사건의 판결문을 집어든 이유는 김학의 사건의 핵심 쟁점인 수사외압 관련한 기소 논리를 구성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직권남용이 두 사건에 공히 적용될 수 있는 불법의 포인트라는 것이다.

수사단은 우선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 라인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을 참조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판결에 따르면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민정비서관이었던 이중희 변호사의 외압 행사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수사단의 생각이다. 곽 의원 등은 당시 경찰 수사팀을 전격 교체한 것을 두고 "민정의 인사검증 직권은 명백하나, 경찰 외압은 존재하지 않은 직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수사단은 청와대 직권을 폭넓게 해석하면서 박 전 대통령 개인의 직권남용을 유죄로 판단한 지난해 8월 서울고법의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 등은)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해 헌법이 보장한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판시한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동영상 제출에 비협조적이었던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 등을 경질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수사단의 판단이다.

수사단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찍혀 물러났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부 국장의 재판에서도 힌트를 구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노 전 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해 “고위 공무원 면직이라 할지라도 임용권자의 자의는 허용되지 않으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면직의 근거를 갖춰야 한다”며 “이런 부분 없이 진행된 사직 요구는 직권남용죄 인정을 넘어 강요죄에도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당시 경찰수뇌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김학의 사건을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 또한 단죄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한편 김학의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A씨가 검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수사단은 A씨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듣는 것은 물론, 성폭행 피해를 뒷받침할 자료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원주별장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혀온 인물로, 2008년 1∼2월 서울 역삼동 자신의 집에서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두 사람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2013년 검경 조사 때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 아니라는 등 오락가락한 진술로 김 전 차관의 무혐의 처분에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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