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원전해체산업 첫발… 고리ㆍ경주에 연구소 설립

알림

원전해체산업 첫발… 고리ㆍ경주에 연구소 설립

입력
2019.04.15 18:50
수정
2019.04.15 23:24
1면
0 0

2021년까지 경수로ㆍ중수로 해체연구소 분리 건립… “지역 나눠주기” 비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부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MOU(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부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MOU(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원전ㆍ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보조를 맞추기 위해 원자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부산ㆍ울산, 경북 경주에 국내 첫 원전해체연구소가 2021년까지 들어선다. 국내 원전해체산업이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역 나눠주기’로 원전 해체기술 연구개발(R&D)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설계수명 만료로 영구정지된 원전인 고리 1호기 현장에서 15일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부산ㆍ울산 접경지역인 고리 원전 안에 원전해체연구소(경수로 담당)를, 경북 경주시 감포읍 일원에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수로해체기술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원전 30기 중 26기가 경수로이며, 중수로인 4기(월성 1~4호기)는 경주에 몰려 있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전해체산업의 구심점으로서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전해체 원천기술의 상용화와 실증을 위해 원자로 모형, 제염성능 평가시설, 절단설비 등 핵심장비를 연구소에 구축하기로 했다.

원전해체산업은 아직까지 국내외에 ‘절대 강자’가 없는 데다, 향후 수요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커 원자력계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원전 453기 가운데 현재 170기가 영구정지 상태다. 산업부는 세계 원전해체시장 규모가 5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원전은 2030년까지 11기가 설계수명이 종료될 예정이며, 해체시장 규모는 22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020년대 후반부터 원전해체산업 규모가 본격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고리 1호기 해체를 기회 삼아 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전 해체를 위해 필요한 기술 96개의 국산화 비율은 현재 82% 수준이다.

그런데 원전해체연구소를 굳이 두 지역에 나눠 설립하겠다는 데 대해선 ‘지역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중수로ㆍ경수로형 원전이 달라 해체연구기관 역시 해당 원전 인근에 각각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손호영 산업부 원전환경과장은 “중수로와 경수로는 폐기물 종류가 서로 달라 필요한 장비부터 다르고, 폐기물 운송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며 “논의 초기부터 각 원전 인근에 해체연구기관을 나눠 설치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핵분열반응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감속재(물)를 쓰는데 경수로형 원자로는 일반 물을, 중수로형은 무거운 물(중수ㆍ重水)을 사용한다. 핵분열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부위인 노심 운영 방식도 다르고, 노심의 해체 공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노심 해체는 원전 전체 해체 공정의 10~20%를 차지하고, 나머지 공정은 경수로와 중수로가 중복된다는 점에서 원전해체연구소의 분리 설립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수 한양대 원전해체연구센터장(원자력공학과 교수)은 “기술 측면만 보면 경수로와 중수로 해체연구소를 분리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자동차가 다르다고 서로 다른 정비소에 보내지 않는다”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요 시설을 해체하는 기술은 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연구 비용은 더 들고, 효율성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전해체연구소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지역에선 들어서는 연구소 규모에 따라 찬반이 극명히 갈렸다. 규모가 큰 원전해체연구소가 들어설 울산 지역에선 분리 설립을 “솔로몬의 지혜”라며 환영했다. 반면 소규모 중수로해체기술원만 확보한 경주는 ‘연구소 쪼개기’에 반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원전해체연구소 전체가 아닌 중수로해체기술원만 온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경북은 국내 최대의 원전 집적지로 정부의 일방적인 에너지 정책에 의한 피해가 막심한 만큼 정부의 추가적인 원자력 분야 사업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원전해체연구소 경주범시민유치위원회 관계자도 “원전 30기 중 절반(14기)이 있는 경북 지역 외에 부산∙울산까지 선정한 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