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재 완화 더는 집착 안해” 시정연설서 대미협상 전략 수정 시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13일 오후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며 미국을 보챘던 북한이 다른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듯하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음을 간파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북미 협상을 이어가려면 프레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15일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발언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안보 대 경제보상’의 교환 구도였다면 (이제는 북한이) 콘텐츠를 바꿔 다른 종류 게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에 조급한 모습을 보여 미국에 ‘제재가 작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 전략 수정 배경일 것이라 봤다. “제재 해제에 매달릴수록 제재 해제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을 학습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북한이 지난해 상반기 종전선언 등 체제 안전 보장 조치를 비핵화 상응 조치로 요구했을 땐 냉담한 반응을 보이다가, 이후 북한이 관련 언급을 자제하자 이를 협상 카드로 제시한 바 있다.

이기동 연구원 부원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북한이 새로운 상응 조치를 내세움으로써 북미 협상 모멘텀을 살려갈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건 종전선언이 될 수도 있고 군사적 위협 해소나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된 상응 조치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또 “우리에겐 안전 담보 문제가 더 중요하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봤다”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지난달 1일 심야 기자회견 발언을 근거로 “이제부터 북한이 군사적 위협 해소 관련 부분을 (상응 조치로) 제의하는 식으로 전략적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을 덧붙였다.

북한은 전날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서도 전략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이) 제재 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 조치로 저들의 적대시 정책 철회 의지와 관계 개선 의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는 발언을 통해서다. 이는 제재 해제를 “미국의 관계 개선 의지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지난달 29일)이라고 주장했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제재보다 한반도 내 군사연습이나 무기 도입 쪽에 집중된 북한의 최근 비난 양태 역시 전술 변화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인 지난달 주로 선전 매체를 통해 축소된 한미 연합 군사연습에까지 비난을 퍼부은 북한은 이달 들어서는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2대를 남한 정부가 도입한 사실을 겨냥해 관영 매체까지 동원,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긴장 격화로 몰아가는 엄중한 도발 행위”라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 시정연설이 표면상으론 ‘연말까지 입장을 바꾸라’며 미국을 몰아세우는 형태였지만 사실은 실무 협상의 필요성ㆍ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기동 부원장은 “(북한이) 실무 협상에서 진척이 없어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고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고 본 것 같다”며 “톱다운(Top-down)을 유지하되 실무 회담 비중을 늘려가겠단 의도가 담긴 표현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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