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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빠져나와… 다시 포효한 골프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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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 빠져나와… 다시 포효한 골프황제

입력
2019.04.15 17:07
수정
2019.04.15 21: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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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즈, 14년 만에 마스터스 5번째 우승] 

 ‘영욕의 22년’ 녹아든 오거스타, 성추문ㆍ부상 끝 귀환 선포 

 1년반 만에 랭킹 1199위→6위… PGAㆍ마스터스 최다승 ‘-1승’ 

타이거 우즈의 모친 쿨티다 우즈(왼쪽)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아들과 손주들의 포옹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의 모친 쿨티다 우즈(왼쪽)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아들과 손주들의 포옹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명장열전’ 마스터스엔 타이거 우즈(44ㆍ미국)의 굴곡진 골프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즈가 마스터스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때는 앳된 얼굴의 22세 청년이었다. “흑인은 오직 캐디로서만 땅을 밟을 수 있다”던 백인 부자의 놀이터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흑인으로는 사상 처음 그린재킷을 입으며 ‘골프 황제’의 탄생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2001년과 2002년, 2005년 세 차례 더 그린재킷을 걸치며 전성기를 내달렸다. 하지만 이후 불륜 스캔들이 터지고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오르는 등 위기를 맞으며 마스터스와의 인연은 끝이 나는 듯했다. 그리고 첫 마스터스 제패 후 22년이 지난 올해 44세의 우즈는 구름 같은 패트론(갤러리)을 몰고 다니며 최종 라운드에서 보란 듯 역전극을 만들어 내며 ‘황제의 재탄생’을 만방에 고했다.

우즈가 자신의 골프 인생 다섯 번째 그린재킷을 걸쳤다. 우즈는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 마지막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앞선 세 라운드에서 한 차례도 선두에 오르지 못했던 우즈였지만, 노련함을 바탕으로 매 라운드 꾸준히 타수를 줄여 나가며 다른 우승 후보들을 제쳤다. 최종 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출발했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ㆍ이탈리아)가 티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로 무너진 ‘아멘 코너(11~13번홀)’ 12번 홀에서, 우즈는 파를 지키며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몰리나리가 또 한 번 더블보기를 기록한 15번홀에선 버디를 낚으며 완벽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우즈가 우승을 확정한 18번홀을 에워싼 수만 명의 패트론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선수 우즈’를 향한 환호이자, ‘인간 우즈’에 대한 경외였다. 22년 전 백인 우월주의가 가장 짙은 종목, 그 가운데서도 가장 보수적이던 오거스타GC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며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우즈의 이날 우승엔 전 세계가 감격했다. 우즈가 다시 PGA 무대에 선 지난해만 해도 팬들의 염원과 달리 골프계에선 “나이 든 우즈가 메이저 우승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냉정한 진단이 많았다. 하지만 우즈는 설마 했던 메이저 우승을 따내며 자신의 한계를 또 한 번 넘어섰다. 우즈의 화려한 부활에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재기 드라마’라는 찬사가 줄을 잇는 이유다.

1997년 마스터스 첫 우승을 거머쥔 뒤 그린재킷을 걸치는 타이거 우즈. 오거스타=AP 연합뉴스
1997년 마스터스 첫 우승을 거머쥔 뒤 그린재킷을 걸치는 타이거 우즈. 오거스타=AP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그린재킷을 걸치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타이거 우즈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그린재킷을 걸치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우즈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한 1997년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이젠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며 감격했다. 실제 이날 우승 후 자녀들과 포옹한 장면은 그가 22년 전 같은 장소에서 부친과 포옹하는 장면과 오버랩되며 감동이 증폭됐다. 붉은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만 그대로였을 뿐 살찌고 머리카락이 빠진 우즈 앞엔 아버지 대신 그를 닮은 아들이 서 있었다. 아버지(얼 우즈)가 세상을 떠난 2006년까지 네 차례 그린재킷을 입었던 우즈는 2007년생 딸 샘 알렉시스(12)와 2009년생 아들 찰리 악셀(10)이 태어난 뒤론 그린재킷은커녕 불륜 스캔들과 이혼, 부상, 부진 등 고난이 반복됐기에 이번 우승의 감격은 더 벅차올랐다.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누린 우즈는 “재작년 챔피언스 디너 때는 걷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고, 지난해에는 마스터스에 다시 출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행운이었다”면서 “그간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니 수많은 감정이 몰려온다”며 그간의 굴곡진 인생을 돌이켜 봤다.

이날 우즈를 향한 박수갈채는 ‘인간 우즈’가 더 나아갈 위대한 도전에 대한 응원이기도 했다. 마스터스 통산 5번째 우승으로 잭 니클라우스(79ㆍ미국)의 최다 우승(6회)에 바짝 다가선 우즈는 PGA 투어 통산 우승도 81승으로 늘려 샘 스니드(사망ㆍ미국)가 가진 최다 우승(82승)에 단 1승을 남겼다. 마스터스 우승을 통해 세계 골프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 달성에 대한 도전 가능성도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이날 우승으로 우즈는 남자골프 세계랭킹을 6위까지 올리며 2014년 8월 이후 약 4년8개월 만에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1,199위까지 추락했던 재작년 11월 이후 약 1년 반 만의 성과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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