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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통피아’ 꿈꾸는 대기업이 ‘팀 킬’ 비판 받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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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통피아’ 꿈꾸는 대기업이 ‘팀 킬’ 비판 받아서야

입력
2019.04.16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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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 사이에서는 이마트가 편의점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와요. 우리 점주들을 그냥 버리는 건 아닌지….”

경기도에서 3년째 편의점 이마트24를 운영 중인 한 점주의 말이다. 2017년 인근 70m 거리에 경쟁사 편의점이 들어온 데 이어 작년 봄 150m 떨어진 곳에 이마트의 ‘노브랜드’ 직영점까지 들어와 매출이 뚝 떨어지자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준비 중이다. 이 점주는 “노브랜드가 들어올 거란 소식에 이마트24 가맹본사 담당자에게 하소연했지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가슴을 쳤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함께 운영하는 생활식품 전문점 ‘노브랜드’ 직영점과 편의점 이마트24의 근접 출점 문제는 작년 초부터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작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뼈아픈 실책”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이어 “두 점포가 모여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한다”며 “점주들께서 만족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작년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세계가 내놓은 해법은 두 점포 간 상품 중복을 없애는 것이었다. 이마트24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제품을 더 이상 유통하지 않는다. 대신 ‘아임e’라는 편의점 전용 PB 제품을 내놨다.

노브랜드는 이마트에서 판매되다가 이마트24에서도 유통되면서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상품이다. 이마트24를 운영하며 노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한 몫 했던 이마트24 편의점주들은 갑작스런 조치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마트24의 또 다른 점주는 “노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러 왔다가 매장에 없어서 나가려는 고객에게 ‘포장만 바뀌었을 뿐 아임e는 노브랜드와 똑같은 제품’이라고 사정하듯 설명하며 영업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브랜드 직영점의 근접 출점에 반대하며 법적 분쟁을 벌인 이마트24 점주는 5명이다. 소송까지 가진 않았지만 매출 하락으로 폐점을 준비중인 점주도 여럿 있다. 중복 상품을 없애는 방안으론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논란은 통상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마트(대형마트),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점), 노브랜드(생활식품 전문점), 이마트에브리데이(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24(편의점) 등 수 많은 유통 채널을 거느린 신세계가 각 점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취급 품목이나 수요층이 겹쳐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측은 “동일업종이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상권 침해 논란이 발생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유통피아(유통+유토피아)’를 꿈꾸는 대기업이 ‘팀 킬(아군을 죽이는 것)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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