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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낙타 지옥”…동물보호단체 관광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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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낙타 지옥”…동물보호단체 관광 보이콧

입력
2019.04.15 11:27
수정
2019.04.15 19: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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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관광사업 동물학대 논란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관광용 낙타가 쓰러져 있다. 뉴욕타임즈(NYT) 화면 캡처.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관광용 낙타가 쓰러져 있다. 뉴욕타임즈(NYT) 화면 캡처.

최근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던 헝가리인 노에미 하존은 피라미드 등 이집트 고대 유적들이 몰려 있는 카이로 인근 도시 기자(Giza)에 들렀다가 충격적 광경에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피라미드 유적단지 안에 들어서자, 부상당한 말과 낙타들이 관광객들이 올라탄 수레를 힘겹게 끌어 당기고 있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동물들이 수레를 제대로 끌지 못하자, 채찍질이 가해졌고, 말들은 아등바등 걸으면서도 미끄러지기를 반복했다. 하존 씨는 “앙상한 몰골의 그들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낙타 등 동물을 타고 유적지를 돌아보는 관광 상품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이같은 형태의 관광이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이집트 관광부에 대한 압박에 나서면서다.

세계적인 동물 보호 단체인 ‘동물에 대한 윤리적 처우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PETA)은 최근까지 이집트 주요 관광지에서 동물을 활용한 관광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집트 정부에 대해서도 이 같은 관광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PETA는 이집트 주요 관광지에서 관광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낙타와 말, 노새들의 사진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등 이집트 당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관광객들은 무심한 얼굴로 낙타 등에 올라타 있으며, 경매 시장에 붙여진 낙타들은 피를 머금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애슐리 프루노 PETA 동물보호프로그램 국장은 “현대라는 시공간에서 이 같은 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당장 사람들의 생계가 더 급한 이집트에선 ‘동물의 권리’라는 개념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낙타 투어’가 수천 명 이집트인들의 생계 버팀목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낙타 투어 폐지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피라미드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에게 말을 제공해 돈을 벌고 있는 아흐메드씨는 “일부 장사꾼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난 내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 이 말을 빼앗아 가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집트 당국도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관광부는 올 여름 개관을 목표로 낙타와 말을 활용한 관광 구역을 별도로 지정해놓은 관광센터를 짓고 있다. 이 센터에는 동물들에게 먹이와 물을 공간과 치료 시설이 포함된다. 동물들에게 충분한 영양 공급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 동물 학대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여전히 낙타 관광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ETA 측은 “캄보디아 정부가 앙코르 와트 관광 시 코끼리 대신 자전거를 타도록 한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라미드 앞에서 발길을 돌렸던 하존은 헝가리로 돌아와 ‘낙타 투어 폐지’ 온라인 청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5만 명이 동참했다. 하존은 “이집트는 낙타와 말들의 지옥”이라며 “이 끔찍한 일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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