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호 변호사 “당시 정부, 일본 요구 수용…위안부 합의 못지 않은 참사”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에서 한국이 예상을 깨고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에서 승리한 가운데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등이 판결 결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기한 후쿠시마(福島)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 제소에서 한국이 승리했지만 1심 대처엔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심에서 한국이 패소한 이유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위안부 합의안 못지 않은 참사였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WTO 1심 판결문에 나타난 당시 정부의 잘못된 대응을 지적했다. 송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추가 유출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강화했다. 이는 임시 잠정 조치여서 정부가 실태 조사와 평가를 해 합당한 조치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구성했고, 예산을 들여 2014~2015년 세 차례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방사능 오염수 실태조사 외에도 후쿠시마 인근 해양 오염까지 조사 대상에 넣었지만 돌연 대상이 축소됐다. 송 변호사는 “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일본이 해저토, 심층수를 조사 대상에서 빼자고 요구했고, 이를 받아준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나마 위원회는 2015년 6월 5일 돌연 활동을 중단했다. 송 변호사는 “1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왜 위원회 활동이 중단됐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니까 (우리 정부가) 설명을 못했다”면서 “‘민간전문가위원회는 정부하고는 관계가 없다’며 어이없는 대응도 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활동이 중단되면서 후쿠시마 현지 조사 보고서도 나오지 못했다. 송 변호사는 “재판장도 (보고서를) 내라고 했는데 없다고 하니까 법정에서 강력하게 비판을 했다”며 “1심 판결을 보면 보고서 중단 이유가 일본이 제소했기 때문이라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1심에서 패소한 것에 대해 송 변호사는 “위안부 합의처럼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다행히 2심에서 우리 정부가 제대로 해줘서 기적처럼 이겼다”고 평가했다.

송 변호사가 ‘기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들었는데도 한국이 승소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미국이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이 패소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1심과 2심 통틀어 그렇게 했다”며 미국 측 의견서 사본을 사회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정부는 다른 나라와 같이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2013년 9월 방사능 오염수 추가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수입 금지 품목을 늘리고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조금만 발견되면 추가로 17개 핵종 검사를 요구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인근 지역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 중 가장 강한 조치를 취한 한국을 2015년 5월 WTO에 제소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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