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카베 사장이 맡긴 6억여원 현지 은행에 송금돼 
 밀린 임금 4개월분 곧 지급… “퇴직금 등 남은 체불 60억원” 
에스카베(SKB)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지난달 23일 주말을 맞아 부모들이 농성 중인 브카시 SKB 공장을 찾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인 사장이 월급을 주지 않고 야반도주한 인도네시아 봉제업체 ㈜에스카베(SKB) 사태가 해결의 물꼬를 텄다. 이르면 이번주부터 피해 노동자들에게 체불임금을 돌려주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사태 발생 이후 반년, 지난달 7일 한국일보 첫 보도에 이은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 공조 지시 뒤 한 달여만이다.

14일 주인도네시아한국대사관과 재인도네시아한인상공회의소(KOCHAM) 등에 따르면 SKB 사장 김모(68)씨가 체불임금 지급용으로 국내 은행에 맡긴 6억5,000만원(약 80억루피아)이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에 송금됐다. 6억5,000만원은 월급이 덜 지급되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 중순 SKB 공장이 폐쇄될 때까지의 밀린 임금에 해당하는 액수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국내 은행에 돈을 입금했으나 인도네시아 현지 채권단과의 이견, 해외송금 관련 절차와 규정 때문에 인도네시아로의 송금이 막혀 있었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송금을 투자라고 볼 수 없어서 국가 간 자본 거래에서 마땅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 등이 한국은행에 서한을 보내는 식으로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돈은 현재 김씨가 선임한 인도네시아 현지 한인 변호사의 계좌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절차는 조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KOCHAM 등은 SKB 노동조합이 임금대장과 노조명부 같은 공식 서류를 제시하면 인도네시아 노동부를 통해 노동자 각자에게 직접 돈을 나눠주겠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한 상태다. 15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받은 SKB 노조는 “한국 측 제안에 대해 곧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동자들이 실제 돈을 받는 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임금대장엔 중복되거나 누락된 사람이 많고, 동명이인도 꽤 있는데다, 정규직ㆍ일용직 등 계약신분 및 체불임금 개월 수도 각각 구분한 뒤 정산해야 해서다. KOCHAM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잡음 없이 체불임금을 주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면서 “지급이 결정되면 지원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모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에스카베(SKB) 노동자들이 회사 정문 안쪽에 있는 축사처럼 생긴 식당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체불임금 외에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수년간의 임금 미지급분과 퇴직금에 대해선 SKB 청산 절차를 통해 정산할 계획이다. 지급 규모는 공장 부지와 기계 등을 판 뒤 결정된다. 현재 노조는 체불임금 외에도 미지급금이 6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쯤으로 예정된 SKB의 회생 여부 판단과 관련해 현지 법원은 청산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기적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자카르타 시내에서 동쪽으로 20여㎞ 떨어진 브카시 소재 봉제업체 SKB 사장 김씨가 지난해 10월 직원 3,000여명에게 월급을 주지 않고 잠적하면서 불거졌다. 인도네시아에선 노동부 장관이 직접 이 문제에 관여할 만큼 파문이 컸다. 지난달 7일 한국일보 보도로 국내에 알려진 뒤 문 대통령은 외교부 등에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적극 공조를 지시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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