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은 87%, 경구 피임약 92% 피임 효과
소파수술, 양수색전증ㆍ자궁경관무력증 등 위험
연간 5만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여성 건강을 위해 낙태보다 사전 피임약과 콘돔 사용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가 사실상 사라졌다. 낙태수술이 2017년에만 4만9,764건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성경험이 있는 여성 중 10.3%,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 중 19.9%가 ‘낙태수술을 받았다’고 답했다.

“여성 건강을 위해 무분별한 낙태보다 피임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낙태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이나 양수가 터지면서 심장ㆍ폐혈관을 막는 양수색전증 등이 생기면 손써볼 틈도 없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수술(소파수술)은 끔찍하다. 수면 마취한 상태에서 약물이나 기구로 자궁 경부(목 부위)를 벌린 뒤 끝이 둥근 갈고리 모양의 큐렛을 넣어 태아를 긁어내는 수술이다. 태아를 제거하기 위해 진공청소기 같은 튜브를 넣어 조직을 빨아들이기도 한다.

임신 8주의 초기 낙태는 한 번에 흡입ㆍ추출한다. 그러나 태아가 커서 큐렛으로 흡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집에 크다면(임신 12주 이후) 태아를 잘라서 꺼내는 태아축소술을 시행한다. 낙태 기계가 태아에게 다가가면 태아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이리저리 피한다.

이런 낙태수술 도중 자칫 여러 가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자궁경관이 크게 손상되는 ‘자궁경관무력증’이 꼽히는데 습관성 조산이나 유산이 된다. 낙태수술로 자궁 내막이 손상돼 향후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극히 드물지만 수술하다가 자궁 동맥과 정맥이 손상되는 ‘동정맥 손상’이 발생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정신적으로 없애버린 태아에 대한 죄책감ㆍ불안감ㆍ위축감 등이 생기고, 다시 임신할까 두려워 정상적인 남녀관계가 어려워지는 낙태증후군도 겪을 수 있다.

‘먹는 낙태약’ 미프진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불법이라 온라인으로 은밀히 팔리는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자궁수축을 유도하고 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미페프리스톤 성분 경구용 약이다. 1980년대 프랑스에서 개발해 유럽과 미국 등 69개국에서 임신 9주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불완전 유산 등으로 하혈이 지속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이 상당히 진행된 뒤나 자궁 외 임신 등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먹는 낙태약을 먹으면 출혈 등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사후 피임약은 사전 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이 10배 이상 높다. 엄청난 양의 호르몬을 투여해 신체 변화를 유도하므로 몸에 큰 부담을 주고, 복통ㆍ구토ㆍ두통 등 부작용이 생긴다. 특히 사후 피임약 복용 후 3시간 내에 구토했다면 효과가 없기에 다시 먹어야 한다. 고령이거나 흡연하는 여성에게는 사후 피임약이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가래로 막기 전에 호미로 막는 방법이 바로 제대로 된 피임이다. 콘돔이 좋다. 하지만 피임 성공률이 높지 않은 게 문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콘돔을 착용해도 피임에 실패하는 비율은 13%나 된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먹는 피임약이 많이 추천된다. 신정호 교수는 “규칙적인 파트너가 있거나 흡연자가 아니라면 이 방법을 쓰는 게 좋다”며 “피임 성공률이 92% 이상이고, 생리주기를 규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남성이 콘돔을 착용하고 여성이 경구 피임약을 먹는 ‘더블 프로텍션(double protection)’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 같은 더블 프로텍션이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미처 피임 조치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면 의사 처방을 받아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사후 피임약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24시간 내 피임약 복용 시 실패율은 5%, 48시간 이내 15%, 72시간 이내 42% 정도다. 이밖에 피부에 붙이는 피임 패치제ㆍ질 링ㆍ정관수술ㆍ피임주사 등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먹는 낙태약’ 미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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