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1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실업급여설명회에서 실업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7일 일부 언론은,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직자에게 국가가 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지급해 생계와 구직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되고 연간 약 53만 명이 수혜를 받는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곧바로 고용노동부가 그 지원 대상ㆍ요건ㆍ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바 없고, 보도 내용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불과하다고 해명하면서 한국형 실업부조의 실시 여부는 세간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실업부조 제도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취약 근로계층이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 디딤돌이 된다는 점에서 그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고용보험은 4대 사회보험 중에서 가장 늦게 도입된 제도이다. 1993년에야 고용보험법이 제정되어 1995년 고용보험 제도가 실시되었다. 최초 시행 당시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었는데, 이후 1997년 말 닥친 외환위기로 인해 실업이 급증하자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는 1998년 1월부터 10인 이상 사업장까지, 3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까지, 10월부터 일부 업종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극적인 확대 과정을 거치게 된다(정흥모, ‘고용보험제도’, ‘한국의 복지정책 결정과정’, 나남).

우리나라 고용보험 제도의 특징은 단순히 실업으로 인한 소득 상실을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고용 알선을 통한 실업의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보험법은 실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상실의 위험을 보험 방식으로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업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해 고용보험 제도는 사회보험 제도와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사업을 함께 수행한다(전광석, ‘한국사회보장법론’, 집현재).

그런데 이런 고용보험 제도는 몇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건 비정규직 등 취약 근로계층이 고용보험의 보호 범위에서 사실상 배제된다는 점이다. 제정 고용보험법은 그 무렵 일반적 고용 형태였던 ‘정규직 근로자’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재정 및 급여 체계를 설계하였고, 그렇다 보니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비정규직이 그 보호 범위에서 탈락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로 인해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은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리는데 반해,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은 오히려 고용보험 제도가 제공하는 실업급여와 고용 알선 및 직업훈련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모순이 나타났다. 실업부조는 이런 경우에 예산을 통해 취약 근로계층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실업부조는 저소득 청년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산층 가정의 청년이 장기간 동안 부모의 경제적 도움 아래 학업을 마치고 대기업과 공공부문 취업을 준비하는 반면, 저소득 계층의 청년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생계유지를 위해 저임금ㆍ불안정ㆍ비공식 일자리에 취업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실업부조는 이런 저소득 가정의 청년에게 좀 더 안정적인 생활 여건 하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간접적으론 시장에서 나쁜 일자리를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는 약 10년의 논의를 거친 제도이다. 2007년 말 리만 쇼크에 의한 경기 불황 동안 앞에서 설명한 고용보험의 약점이 뚜렷하게 나타나자, 2009년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구직촉진수당’ 등의 도입을 위한 입법 청원을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실업부조에 관해 국책 연구기관들의 연구용역이 이뤄지고 관련 입법안을 제출한 정당이 집권했는데도, 여태껏 그 법률을 입법하지 못한 채 주저하는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는 하루빨리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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