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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예산제도는 1989년 브라질 알레그레 시에서 방만한 도시재정을 통제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예산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알레그레 사례는 시민참여의 성공모델로 평가받았고, 이후 전 세계 주요 도시로 퍼져나갔으며,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기구에서는 투명한 재정과 열린 정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인식하여 학문적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광주시 북구청에서 자발적으로 도입한 이래,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과 각 지자체별 조례 제정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본격 시행된 국민참여예산제도는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참여예산제도로서 국민이 예산사업의 제안 및 심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재정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제도다. 광화문1번가 또는 국민신문고 등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다양한 제도가 운영 중이지만, ‘예산분야’에 특화해 ‘국민참여’를 통해 해결책을 직접 모색하는 제도라는 특징이 있다.

국민참여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국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담당 공무원 및 관련 전문가가 적격성 검토 및 숙성과정을 통해 예산사업으로 구체화한 후, 국민참여단이 참여예산 후보사업을 논의하고 무기명 투표를 통해 우선사업 순위를 결정한다. 여기에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더해 최종 순위를 정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다. 작년의 경우 1,206건의 국민제안 중 102건이 예산사업으로 숙성됐다. 다시 국민참여단 논의를 거쳐 39개 사업 835억원이 ‘2019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었으며,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38개 사업 928억원이 반영된 바 있다.

미세먼지, 청소년, 취약계층 지원사업이 전체 참여예산의 70%를 차지하였는데, 대표적으로 미세먼지 줄이는 도시숲 조성, 어린이 급식 안전 모니터링, 국군장병 동계 점퍼 지급, 찾아가는 성폭력 상담지원 사업 등 국민의 필요에 따른 생활밀착형 사업들이 많았다. 현재 경주 구어리 유적 등 18개 유적의 토지를 문화재청이 매입하고 있는데 이 역시 유적 발굴과 보존의 가치를 인정하여 국민이 선택한 참여예산 사업이다.

‘마치 내가 국가대표가 된 듯 했다’는 국민참여단 소감문에서 보듯이 국민이 직접 예산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고, 정책 담당자가 미처 살피지 못하는 정책 사각지대에서 국민의 필요에 따라 예산사업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참여예산제도 도입의 소기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예산에 대한 국민의 권리의식을 확대하고, 책임의식을 고취하는 효과도 가져다준다.

올해에는 ‘참여확대, 소통활성화, 제도운영개선’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염두에 두고 제도를 운영하고자 한다. 우선 참여확대를 위해 제도개선 분과를 신설하여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심도있는 사업검토를 위해 참여단 인원과 일반국민 선호도 조사 참여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SNS 홍보 활동을 확대하고 참여예산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집행 현황을 공개하는 등 국민과의 정보공유와 소통을 내실화할 것이다. 제도운영 측면에서는 사업제안 접수를 연중 상시화(단, 4월 15일 이후 접수된 사업은 내년에 검토)하고, 사업제안이 곤란한 국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현장 접수를 확대하고, 제안사업 숙성시 지원협의회 등 전문가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제안으로부터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하고 예산사업을 발굴하는 등 국민의 아이디어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국민참여예산은 재정 분야에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기존 공무원 중심의 정책입안 방식의 틈새를 메워주는 의미가 있다. 집단지성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우리나라 예산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정책 담당자가 현재의 업무방식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이다. 국민의 참여가 늘어가면서 참여예산 규모도 확대되고, 무엇보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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