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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 시진핑 중국 주석의 못 말리는 바둑 사랑

입력
2019.04.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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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통치 이념에서부터 외교 분야까지 바둑 활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에도 영향

문재인 대통령에게 옥으로 만든 바둑알과 바둑판 선물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2017년 12월 베이징(北京) 국빈만찬장에서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바둑판과 바둑알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2017년 12월 베이징(北京) 국빈만찬장에서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바둑판과 바둑알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바둑에선 치국(治國·나라를 다스림)의 도리를 배울 수 있다.”

그에게 바둑은 또 다른 인생의 거울이다. 기본적인 국가 통치 신념의 밑그림도 반상(盤上)에서 그려낸다. 바둑 애호가로 잘 알려진 시진핑(習近平·66) 중국 주석의 술회다. 시 주석의 바둑 사랑은 유명하다. 중국 아시안게임(AG) 조직위원회에서 최근 발표한 ‘2022년 항저우(杭州) AG’ 정식 종목에 바둑이 포함된 것도 시 주석의 이런 취향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게 바둑계 안팎의 정설이다. 바둑은 지난해부터 ‘2022 항저우 AG’ 정식 종목(본보 2018년5월18일 ‘반상스토리’(17))에 낙점됐다는 시각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바둑은 2010년 ‘중국 광저우(廣州) AG’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 있다.

시 주석과 바둑의 인연은 1970년대 후반,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우연하게 이어졌다.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 공정화학과를 졸업(1979년)한 시 주석은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사무국장이었던 겅뱌오(耿飇·1909~2000년)의 비서로 일하면서 바둑과 접했다. ‘바둑이 전반적인 정세를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준다’고 믿었던 겅뱌오는 주변 직원들에게 바둑 입문을 권유했다. 시 주석과 절친으로 알려진 녜웨이핑(聶衛平·67) 9단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사회생활을 겅뱌오 전 부총리 겸 군사위원회 비서장의 비서로 시작했는데, 겅뱌오 전 부총리가 시 주석에게 바둑을 배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배웠다”고 말했다. 일본이 세계 바둑계를 점령했던 198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녜웨이핑 9단은 자국내 최강자로 군림하면서 중국 바둑을 국제무대에 재조명 시킨 거성이다. 실제 녜웨이핑 9단은 1985년 시작된 ‘중·일 슈퍼대항전’ 1~3회 대회에서 자국내 마지막 주자로 등판해 세계 바둑계를 주름 잡았던 일본 최고수들을 상대로 11연승을 기록, ‘철의 수문장’이란 별명도 얻었다.

녜웨이핑 9단에 따르면 시 주석의 바둑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뒤늦게 반상의 세계에 스며든 시 주석이었지만 녜웨이핑 9단에게 특별 과외를 요청했을 만큼, 바둑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시 주석은 특히 고전에서 인용된 바둑에 대한 구절까지 항상 입에 달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기가였던 시 주석의 바둑과 얽힌 일화들도 눈에 띈다. 2014년 7월, 시 주석의 방한을 기념해 열렸던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서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신 손님들은 모두 잘 모르겠는데, 내가 아주 잘 아는 분이 딱 한 사람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시 주석의 시선은 이내 한국 바둑의 간판 스타인 ‘돌부처’ 이창호(44) 9단에게 향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이창호 9단은 중국에서도 매우 유명하다”며 “중국내 유수의 기사들도 이창호 9단을 이겨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고 극찬했다. 평소 이창호 9단의 팬임을 자처했던 시 주석은 이 9단과 직접 악수를 하면서 힘주어 크게 흔들었던 에피소드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 내용은 중국내 방송에서도 그대로 소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방한한 시 주석에게 나전칠기로 만든 바둑알과 바둑통을 선물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종합우승을 거머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종목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종합우승을 거머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시에도 바둑 이야기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과 함께 가진 만찬장 헤드테이블에서 바둑 이야기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덕담을 주고 받았다. “작은 바둑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아마 4단으로, 바둑에 대한 조예 또한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에게 옥으로 만든 바둑판과 바둑알을 전했다.

한편, 바둑이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던 ‘2010 광저우 AG’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광저우 AG 바둑 종목은 남자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혼성페어전으로 진행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2022년 9월10일부터 2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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