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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36> “술라웨시해 해저 원유는 내 것” 말레이-인니 40년 갈등

입력
2019.04.12 17:00
수정
2019.04.12 18:3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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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술라웨시해 암발랏 해역에 위치한 리기탄섬과 시파단섬에 대한 영유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해상 경계선을 주장했다. 출처: Legitimacy of Indonesia's Claim over Ambalat Block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술라웨시해 암발랏 해역에 위치한 리기탄섬과 시파단섬에 대한 영유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해상 경계선을 주장했다. 출처: Legitimacy of Indonesia's Claim over Ambalat Block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 보르네오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세 나라가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40년간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리기탄(Ligitan)섬과 시파단(Sipadan)섬은 보르네오섬 동쪽 술라웨시해 암발랏 해역에 나란히 위치한다. 리기탄섬은 잡초만 무성하지만, 시파단섬은 울창한 숲과 모래사장이 있어 휴양지로 유명하다. 이렇게 다른 두 섬을 두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다투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두 섬 인근 해역에 천문학적 규모의 가치를 지니는 석유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1891년 각각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하던 영국과 네덜란드는 ‘1891년 협약’에서 ‘북위 4도10분’을 기준으로 북쪽은 영국이, 남쪽은 네덜란드가 점유하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두 섬은 네덜란드 관할에 속하게 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1945년)에 이어 말레이시아가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바뀌었다. 말레이시아는 1979년 두 섬을 지도에 자국 영토로 표기한 데 이어 1980년대 후반 시파단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등 실효지배에 본격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네덜란드의 영토를 승계한다는 이유로 두 섬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지만 말레이시아는 1891년 협약이 보르네오섬과 인접한 세바틱섬에 대한 경계를 설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인도네시아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리기탄섬과 시파단섬에서 △바다거북알 채취 관리 △조류보호구역 설치 △등대 설치 및 관리를 해온 것이 실효지배의 증거라며 영유권을 주장했다. 거북알은 술라웨시해 인근에서 오랜 기간 화폐로 통용되던 중요한 자원이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영국이 거북알을 도맡아서 수집하고 관리해온 반면,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는 여기에 관여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주장하며 행정 문건을 관련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양국의 분쟁은 1998년 국제사법재판소(ICJ)로 자리를 옮겨 계속됐다. ICJ는 2002년 12월 “리기탄섬과 시파단섬에 대한 네덜란드의 영유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며 과거 식민종주국 네덜란드의 해상경계선을 계승한다는 인도네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말레이시아의 오랜 ‘거북알 관리’ 이력은 두 섬에 대한 행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말레이시아의 실효 지배권 주장을 인정했다.

ICJ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분쟁은 10여년간 더 이어졌다. 인도네시아가 “말레이시아의 영해는 이 섬들로부터 12해리(약 22km)까지”라며 그 바깥 해역과 해저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판결에 승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5년 3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리기탄섬과 시파단섬 인근 해역에 F-16 전투기 4대를 출격시키며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 그 해 2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가 네덜란드ㆍ영국 합작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셸에 암발랏 광구의 유전 채굴권을 허가하자 일으킨 반발이었다. 2009년에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인근 세바틱섬을 방문해 군사요새를 시찰하면서 이 지역에는 또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은 다시 분쟁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만나 분쟁 해결을 담당할 특사를 임명하기로 합의했고, 지난해 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도 전 정권의 합의를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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