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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어린이처럼] 멋진 하나

입력
2019.04.1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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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나다움을 찾는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이 사업은 기존에 출간된 어린이책 중 성평등한 가치를 담은 책을 선정, 보급하고 새로운 작품을 공모해 당선작에 창작기금과 출판기금을 지원한다. 엄마 모임으로 시작된 ‘씽투창작소’가 기획과 진행을 맡고 롯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여성가족부 등 기업, 민간단체,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 주관하는 꽤 눈에 띄는 규모의 사업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성평등 어린이책’의 필요성과 기준이 논의됐다.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든 어린이가 성별에 구애됨 없이 자기다움을 찾도록 도와주는 어린이책이 더 많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어린이 독자가 지금까지 어린이책에서 접한 서사와 이미지가 상당부분 성차별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어린이책 또한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성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았다.

이 시 ‘멋진 하나’에서 두 존재는 상대가 나와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좋아하면서도 너와 나의 다름을 대충 뭉뚱그려 섞어버리지 않는다. 자기 존재의 고유성을 간직한 채 하나가 된다. 나는 까망이지만 하양을 사랑할 수 있고, 내가 하양이래도 까망을 반길 수 있는 태도야말로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다양성’의 실현이다.

잡지에 수록된 시인의 다른 작품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빨간아이가/달이 참 빨개//파란 아이가/달이 참 파래//빨간아이와 파란아이가/나란히 앉아 달을 본다//까만 밤/빨간 달 파란 달이/사이좋게 떠 있다(‘빨간아이 파란아이’)”

얼룩말의 탄생과, 하늘에 뜬 빨강과 파랑 두 개의 달이 어린이책 사업에서 논의된 성평등의 의미를 한 번 더 새기게 한다. 성별이란 기준으로 하양과 까망, 빨강과 파랑을 분류하지 말기. 하양인 아이에게 까망이나 회색이 되라고 강요하지 말기. 하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탐색할 여유를 방해하지 말고, 하양으로 살 수 있는 자유를 두기. 빨간 아이에게 빨간 달을, 파란 아이에게 파란 달을 빼앗지 말기.

초록 풀밭에서 강렬하게 튀어 보이는 얼룩말 무리는 사자의 공격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빨강, 파랑, 온갖 무지개빛 달님이 뜬 밤하늘은 상상을 넘어설 만큼 아름다울 것이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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