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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8명 ‘대마초 파동’이 시초… 연예계에 드리운 마약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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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8명 ‘대마초 파동’이 시초… 연예계에 드리운 마약 그림자

입력
2019.04.11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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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연예인 마약 파동] 

 2012년엔 프로포폴 투약 무더기 적발 ‘술렁’ 

일본에서 마약을 들여와 국내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영화배우 윤모씨와 예모씨가 2009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마약을 들여와 국내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영화배우 윤모씨와 예모씨가 2009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연예인이 마약 사건에 연루된 첫 대형 사건은 1975년에 발생했다. 가수 신중현(81)과 조용필(69) 김세환(71) 등 18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된 ‘대마초 파동’이었다. 신중현은 이후 2003년 한국일보 기고에서 “미군부대 어디서나 뒹굴던 대마초도 맛봤고, 히피들이 건네준 LSD도 몇 번 했다”며 “무엇이든 하고 나면 음악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게 돼 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대마초와 연예인 조합은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 사건 중 하나가 됐다. 1960~70년대 히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가요계에서 대마초와 얽힌 사건이 유독 많았다. 가수 이승철, 싸이, 고 신해철, 현진영, 지드래곤, 탑, 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 등 많은 대중음악인들이 대마초 혐의로 붙잡혔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강성마약도 잇따라 수면 위로 올랐다. 1986년에 가수 김태화와 채은옥, 배우 김부선이 필로폰 상습복용 혐의로 구속된 것이 시작이었다. 1990년에는 유명 모델 노충량이 모델 9명 등과 코카인, LSD 등을 상습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났다. 당시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던 마약을 여러 명이 모여 복용했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전인권은 198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이후 1997년과 1999년에 필로폰을 투약해 붙잡히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인터뷰에서 “나이 쉰이 넘으면 자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땐 그걸 못해서 무시무시한 경험을 했다”며 “출소한 뒤 2, 3년 있다가 정신병원에 갔다. 교도소가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2012년에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연예인들이 대거 적발돼 연예계가 술렁였다. 방송인 에이미(37ㆍ본명 이윤지), 배우 이승연(51), 박시연(40ㆍ본명 박미선), 장미인애(35) 등이 미용 시술과 통증 치료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상습적, 불법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산부인과 전문의, 마취 전문의 등 의사들이 이들의 불법 행위를 거든 것은 물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프로포폴 관리대장을 부실 기재하기도 했다.

2013년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은 배우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법원에 들어서는 박시연, 법원을 나서는 장미인애와 이승연. 김주성 기자
2013년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은 배우들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법원에 들어서는 박시연, 법원을 나서는 장미인애와 이승연. 김주성 기자

연예계 마약사범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7년 한해 적발된 연예 및 예술계 마약류사범은 46명으로, 2014년 37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마초 흡연자는 그 중 32명에 달했다. 연예인은 대마사범 전체 직업군 중 5위다.

과거 연예인은 불규칙한 활동을 이겨내기 위해 마약을 접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를 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2002년 발표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계간지는 “가수들이 흔히 대마를 피운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잘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며 “실제 들어보면 마약을 하지 않았을 때와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 내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과장급 간부는 “과거 연예인들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그저 쾌락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마약 사건은 연예인 스스로가 가진 우월의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일부 연예인은 마약 투약을 위험이 아닌 모험으로 착각하는 심리가 있다”며 “자신이 보통 사람과 달리 특별하며 부귀영화도 누리고 있다 생각하기에, 같은 부류와 어울려서 마약을 투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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